(下) 내달부터 중견기업 직격탄
일손 부족해 생산 설비 놀리면
납기가 생명인 업체 도산 우려
축산물 가공회사 타격 받으면
농가들도 소득 감소 ‘도미노’
“지역적 특수성 고려해 시행”
靑 홈페이지에 호소글 잇달아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제가 적용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A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줄잡아 300여 명을 더 고용해야 하지만 직원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잔업 포함, 월평균 30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새 제도가 도입되면 약 50만 원씩 줄어든다”며 “생계유지를 위해 새 근로제 유예 조치 대상인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옮기려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A사가 근로시간 단축제에 적응하려면 인력 수급이 원활한 도시 근교로 옮겨야 한다. 이럴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주변 농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변 농가들은 대단위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A사에 닭을 공급하고 있는데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부안군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 과정에서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정부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중견기업들이 제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중견기업 가운데 일부는 근로시간 단축제가 도입될 경우 당장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에 있는 B 기계부품 회사는 해외 수요 증대로 최근 공장 규모를 늘리고 인원을 충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단축제 적용 대상이 됐다. 현재 임직원은 330여 명이다. 지자체로부터 우수 고용 관련 상도 받았다. 제품 납기 일자를 맞추기 위해선 최대한 공장을 가동해야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는 다음 달부터는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놀려야 한다. 경기 지역 소재 화장품 용기 제조회사인 C사의 K 대표는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 1983년 설립된 C사는 연 매출 2500억 원 규모의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C사가 만든 화장품 용기를 사용한다.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 원재료를 가열한 뒤 녹여 거푸집에 넣고 냉각해 만든다. 2인 2교대로 공장을 주당 60시간 돌려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주당 2교대 60시간을 3교대 40시간으로 바꿀 경우 심각한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
최희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제가 300인 이상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제도 적용 가장자리에 있는 기업, 주로 중견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제도 시행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혹은 1년으로 늘려주거나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예외 조항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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