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오세열 화백의 작품 ‘무제’(위· 혼합재료, 117×91㎝, 2017)와 바다의 파도를 형상화한 안영일 화백의 ‘Water G7’(101×86㎝, 캔버스 위에 오일, 2004).  갤러리 조은 제공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오세열 화백의 작품 ‘무제’(위· 혼합재료, 117×91㎝, 2017)와 바다의 파도를 형상화한 안영일 화백의 ‘Water G7’(101×86㎝, 캔버스 위에 오일, 2004). 갤러리 조은 제공
- 오세열· 안영일 작가 2인전

낙서하듯 어린아이 세계 표현
작은 색점들로 파도 모습 구현


그들은 화가지만 붓을 쓰지 않는다. 나이프의 뾰족한 끝부분을 이용해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칠판에 낙서하듯 동심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또 팔레트 나이프를 이용해 색점들을 그리며, 햇빛이 쏟아지는 형형색색 찬란한 바다의 모습을 구현한다. 원로 작가인 오세열(72), 안영일(86) 화백이 바로 그들이다.

나이프 화가로 유명한 두 화백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02-790-5889)에서 오는 20일까지 합동전을 연다. “내게 캔버스는 동심의 도화지다. 현대사회가 얼마나 메말랐는가. 그림은 즐거워야 한다. 보는 사람이 재미있다, 즐겁다고 느끼면 족하다.”

오세열 화백은 작가 노트에 그렇게 썼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과 몸, 나열된 숫자, 단추, 꽃, 넥타이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할 때 동심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의 그림이 아닌지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주프랑스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오세열 개인전을 앞두고 현지의 미술평론가 프랑수아-앙리 데바이유 역시 “오세열의 작품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나눈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담은 음악과 같다. 유년기는 그가 매일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가는 항상 유년기를 탐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캔버스에 다가가 보면 전혀 다른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유화물감만을 사용해 무수히 덧칠한 물감의 흔적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 화백은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무수히 많은 층을 만든 후 다시 뾰족한 못이나 송곳 끝으로 긁어내 숫자나 형태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한다.

안영일 화백은 50년간 미국에서 활동하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다를 탐구하여 그려낸 물(Water) 시리즈로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그의 대표작 물과 더불어 주옥같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안 화백의 ‘물 시리즈’ 작품에는 페인팅 나이프 기법으로 그려진 사각의 작은 색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색점들은 마치 공기와 소리 그리고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태양광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의 무수한 입자들을 연상시킨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시드니대 미대 명예교수는 “안영일의 그림에 나타나는 작은 색점들의 반복은 단색화 화가들의 반복적 특징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저 없이 평가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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