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증세 거론… 시민 반발
노조 파업 예고·정책수정 요구
국왕, 신임 총리에 라자즈 지명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정책을 추진한 하니 알물키 요르단 총리가 민심의 거센 반발로 결국 사임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정부의 정책 변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나서 향후 정국이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4일 알자지라 방송 등은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물키 총리가 이날 오후 압둘라 2세 국왕을 알현해 사의를 표명했고, 국왕이 이를 수리했다”고 보도했다. 긴축·증세 반대 시위가 벌어진 지 닷새 만이다. 압둘라 국왕은 오마르 알라자즈(사진) 교육장관을 후임으로 지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인구 1000만 명의 요르단은 걸프국과 달리 에너지 자원이 없는 데다 시리아 내전으로 그동안 약 1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해 재정난이 심화했다. 요르단은 지난해 IMF로부터 7억23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확보하면서 IMF가 권고한 긴축정책으로 보조금이 줄고 빵과 생필품 가격, 공공요금이 줄줄이 상승했다. 기름값의 경우 2018년에만 5배가 상승했고 전기요금은 50%나 올랐다.

높은 실업률 속에 갑작스럽게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지고, 소득세 증세까지 거론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5월 30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요르단 정부는 1일 “국왕의 지시로 연료 가격과 전기료 인상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물키 총리 퇴진’ 요구 시위가 확산됐다. 물키 총리는 지난 2월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악화된 민심을 버티지 못했다. 라자즈 신임 총리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세계은행(WB)에서 근무했던 개혁주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현재 요르단 내외의 경제 관계자들은 그의 이력을 감안했을 때 긴축정책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위대는 정부의 정책 방향 선회와 부패 관료 척결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6일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설 예정이며 언론 연합은 정부의 개혁 조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요르단 언론 연합의 히바 퀸타르는 “사람이 바뀌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가 말이 아닌 변화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은 아랍권 주요 동맹국인 요르단의 정세가 혼란에 빠져들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요르단 왕실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으로서 중동 왕가 중에서도 정통성 있는 왕가로 손꼽히고, 역사적으로 예루살렘 성지 수호자(관리자) 역할을 했다. 시리아 사태에도 관여한 요르단의 혼란은 자칫 지역 불안정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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