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KTX 승무원·전교조 등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KTX 승무원·전교조 등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제 서울고법 판사회의서
‘사법행정 남용’ 놓고 격론
“3차 조사단 조사결과 충분
사법부 자체 추가조사도 반대”
‘수사 촉구’ 움직임 숨고르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판사 경력 20년 내외의 중견급 법관들이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사법부 자체적인 추가조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중견급 법관 사이에서는 과반이 ‘검찰 수사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기류다. 이날 고위 법관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회의에 이어 오는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열리면, ‘검찰 고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법원 내 소장판사들의 급진적인 주장에 일정한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부터 열린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는 전체 고법 판사 103명 가운데 56명이 참석해 오는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의안 4개 항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는 당초 ‘사법부 블랙리스트 특별조사단(3차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에 대해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결론은 56명 가운데 30명이 추가 조사 반대 입장을 보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 등을 포함한 사법부의 자체적인 추가 조사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데 중론이 모아진 셈이다.

그러자 “‘추가 조사’의 의미가 불분명할 수 있으니 ‘검찰 고발 및 수사’로 의결사항을 구체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표결 결과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자체 추가조사 반대보다 2명 더 많은 32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법원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3차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나, 충분한가 등에 대해 논의를 했고, ‘충분하다. 그 조사 결과에 따른 결의를 하면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면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검찰 수사는 더더욱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안 중 3번째 항(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나아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수사에 협조할 책무가 있음을 선언한다)을 부결시켰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고법 판사들은 “우리는 사법행정권자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을 인식하고 우려하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톤 다운’된 의결안을 도출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서울고법 판사회의를 계기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소장판사들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고위 법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당장 5일 오후 회의를 열자고 한 것도 오는 7일 있을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앞두고 ‘자제 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중견급 이상 판사들 사이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안을 논의하는 각급 법원별 판사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족수 미달로 부결시키는 것도 반대 의사 표명의 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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