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이야기 정면으로 풀어내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의 황선미 작가가 10년간 마음에 품고, 다듬어온 이야기를 풀어냈다. 미성년, 미혼모, 입양이라는 무겁고 아픈 이야기를 정면으로 풀어낸 ‘엑시트’(비룡소).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생명을 책임지고 안간힘을 다하는 열여덟 소녀 장미. 세상은 알려 하지도 않고 ‘나쁘다’고, ‘잘못했다’고 손가락질만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엑시트’라는 제목처럼, 깊은 어둠에서 벗어나는 희망의 탈출구,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심과 온기로 여는 엑시트다.
미혼모 장미의 삶에 희망이란 없다. 학교는 일찌감치 나왔고, 엄마, 아빠 소식은 오랫동안 들은 적도 없다. 짝사랑하던 친구의 남자친구 J에게 성폭행을 당해 보호시설에서 아이 하티를 낳았지만 아이를 입양시킬 수 없어 데리고 도망친 상태다. 보호시설에서 만난 진주라는 동갑 여자아이의 반지하 방에 기거하는 신세로 포토 스튜디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하티의 우유값을 마련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이유다. 하지만 위태롭던 일상은 반지하 방이 물에 잠겨 진주가 하티를 데리고 사라지면서 깨진다. 게다가 우연히 마주친 J는 장미의 삶을 다시 위기로 내몬다. 하지만 외국으로 입양되는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만나게 된 의문의 청소 아주머니,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 입양아들과 만나면서, 장미의 깜깜한 운명에 예상치 못한 출구가 어렴풋이 보인다.
작품의 시작은 10년 전, 스위스에서 만난 그곳 시청 직원이 들려준 한국인 입양아 문제였다.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한국인 입양아가 너무 많다는 냉정한 말이었다. 그 말이 “당신 아이들은 당신 나라가 책임져야죠”라는 이야기로 돌아와 작가의 마음에 아프게 꽂혔다. 그 뒤 저자는 운명처럼 입양아 이야기들을 만났다. 문학 행사 때문에 만나게 된 통역사, 교사, 행사장에서 만난 학생, 소개받은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입양아가 있었다. 결국 작가는 이들 이야기를 직접 취재하기 위해 나섰다. 이번에 나오는 인물들, 사건들, 이야기들은 모두 10년간 작가가 직접 보고, 듣고, 취재한 것들이라고 했다.
작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편했고, 취재하면서 아팠고, 쓰면서 힘들었고, 소설로 내놓고 난 뒤에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엑시트’가 혹시라도 미혼모, 입양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로 다루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그래서인가 소설은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조금도 얼굴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끌고 나간다. 냉정하고 치밀하다. 작가는 장미에겐 ‘너는 나쁜 게 아니고 아픈 거’라고 말해주고, 장미를 외면하고 못 본 척하는 우리 사회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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