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익스포저 2兆원 달해

금융당국 “충분히 감내 가능”
신흥국 자금유출 빨라지는 추세
美 금리인상 충격 여파 따라서
도미노식 금융위기 우려 확산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충격 등의 영향을 받아 경제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냈던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4개 취약 신흥국에 대해 국내 금융사들이 14조 원대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충분히 감내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 국가들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신호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제 도미노식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등 4개 취약 신흥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3월 말 기준으로 132억 달러(약 14조 1768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대한 익스포저는 1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정치 불안이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4개 남유럽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도 23조1000억 달러(2조4809억 원)에 달했다.

익스포저는 외화대출, 외화유가증권투자 및 외화지급보증 형태로 상대국(거래 상대방 본점 국적 기준)에 투자돼있는 국내 자산으로서, 상대국 금융위기 도래로 인해 대외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액을 말한다.

아르헨티나 등 4개 취약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국내 금융사의 전체 위험노출액(2335억8000만 달러)의 5.6% 수준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4개국과 관련한 익스포저는 1.0% 정도로, 합산하면 4개 취약 신흥국과 남유럽 4개국의 익스포저가 전체 익스포저의 6.6%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의 전체 대외 익스포저인 2335억8000만 달러 규모는 국내 금융사 총자산의 6.7%라고 밝혔다. 따라서 취약 8개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금융사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로 낮아진다.

금감원은 “해당 국가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하지 않는 한 감내 가능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가 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신흥국의 자금유출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 신흥국에 대한 위험은 한번 위기가 발생하면 빠르게 전이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현지 법인이 차입한 외화가 대외 부채에 잡히지 않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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