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차림의 여성이 11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축구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러시아 그로즈니의 아흐마트아레나 앞에서 입장권을 꺼내고 있다. Tass통신 연합뉴스
히잡 차림의 여성이 11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축구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러시아 그로즈니의 아흐마트아레나 앞에서 입장권을 꺼내고 있다. Tass통신 연합뉴스
러월드컵, ‘팬 아이디’첫 도입
공항과 경기장마다 발급 행렬
비자 겸용… 대중교통 무료이용
흑인· 이슬람계는 입국 거절도


전 세계 축구팬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현장에서 즐기기 위해 러시아로 입국하면서 공항과 경기장마다 ‘관중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에서 공항을 빠져나오려면 월드컵 입장권뿐 아니라 ‘팬 아이디’로 불리는 관중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개인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팬 아이디는 테러 방지와 훌리건 난동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됐다. 러시아 훌리건은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유혈 충돌을 빚은 적이 있다. 러시아 축구 경기 도중 특히 관중의 인종차별 행동과 폭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훌리건 경력이 있는 극성 팬들은 팬 아이디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이 열리는 모스크바 인근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는 입국객들이 공항 한쪽에 마련된 별도 창구에서 개인 신분증과 코드 번호를 제출하고 사전에 신청한 팬 아이디를 받았다. 자국에서 팬 아이디를 사전에 받은 축구팬은 이 신분증을 제시하며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팬 아이디는 러시아 입국 비자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 아이디를 제시하면 열차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러시아 통신언론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월드컵의 팬 아이디를 무려 50만 개 이상 제작했다. 모스크바는 지난 9일부터 외국인 방문객의 팬 아이디 발급을 돕는 지원 센터를 공항에서 가동했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도시마다 발급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팬 아이디를 발급받았지만, 러시아 입국이 불허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ABC뉴스는 “팬 아이디를 수령한 뒤 티켓과 비행기 표를 구매한 상당한 팬들이 뒤늦게 입국 불허 연락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호주의 아론 캄 씨는 최근 월드컵 티켓과 팬 아이디를 받았지만 뒤늦게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입국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무함마드 알사우드 씨는 “공항 관계자들에게 입국이 왜 불허됐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답변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은 흑인이나 이슬람계가 대다수였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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