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트럼프에 휘둘릴 뿐”

미·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연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둘로 나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은 11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6자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싱가포르에서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하는 등 미·북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양국 간 회담 내용을 파악하면서 기존의 미·일 연대 체계를 지속해 나가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기존 강경책 보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우려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미·일 정상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본이 주체적으로 외교를 구상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굳힌 후가 아니면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에 휘둘릴 뿐”이라며 “아베 총리는 대일 무역 적자 축소에 초점을 맞춰 미국제 무기 구입으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국익은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반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고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양국은 정책 협조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외교·안보 고립 우려는 자칫 장기적으로 자체 핵무장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정부는 일본에 플루토늄 보유량을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이 보유 중인 플루토늄은 47t에 달하며, 이는 핵무기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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