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풀 퀘스천 / 프랑크 윌첵 지음, 박병철 옮김 / 흐름
2004년 노벨상 받은 물리학자
이 영감 가득한 가설 증명하려
수천 년 과학의 역사 파헤치며
大원칙으로 대칭·경제성 꼽아
‘대칭’은 조화·균형·비율이고
‘경제성’은 최소한의 방법으로
다양한 효과 낳는 자연의 원리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 아름답게 설계됐고, 아름다운 법칙으로 움직이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작품.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저자가 말하는 우주의 아름다움이란 미세 물질부터 거대 우주까지 관통하는 규칙과 법칙이다. 미시 세계부터 광활한 우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히, 불규칙적으로, 이유 없이 탄생해 움직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연의 규칙, 법칙으로 설계돼, 정교하게 움직이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입장에서 창조주는 본질적으로 예술가로 그의 심미안을 우리가 공유하거나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것과 같다. 다만 과학의 세계에서 이는 신의 뜻이 아니고 모든 곳에 작동하는 숫자에 기반하고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아름다움이다.
예를 들어 물질 세계는 최소 단위부터 우아하게 설계됐다. 네 개의 힘(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으로 이뤄진 표준 모형(윌첵은 이를 표준모형이라는 단어 대신 코어이론이라는 표현을 썼다)이 그렇다. 이 중심에는 국소 대칭이라는 원리가 공통적으로 작용되는데 이 이론을 적용하면 실험이나 관측을 하지 않아도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핵, 원자, 분자, 그리고 별의 종류를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기본 단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현상들도 이 코어 이론으로 설명된다. 하나의 물리적 틀이 물질, 인간, 거대한 우주를 관통하는 원리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미적 감각도 예외는 아니다. 악기는 두 줄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 비율로 세팅됐을 때 가장 듣기 좋은 화음이 되고, 장력의 비율이 작은 정수의 제곱 비율일 때 가장 듣기 좋은 화음이 나온다. 소리의 조화 역시 숫자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작동 원리로 움직인다. 그러니 기타 연주자가 튜닝하고 연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주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윌첵은 말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대칭을 통해 자연을 추적한다는 플라톤의 발상,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수학·역학·광학에 걸친 뉴턴의 전방위적 발견, 맥스웰의 장 이론과 시공간에 각기 다른 속도를 더해도 물리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국소 대칭 법칙 등을 설명한 뒤, 우주의 아름다움을 지탱하는 두 가지 자연의 대원칙으로 ‘대칭’과 ‘경제성’을 꼽았다. 자연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묘한 비율을 통해 사랑을 구현한다는 것이 대칭의 원리이며, 자연은 최소한의 방법으로 다양한 효과를 낳기 위해 설계돼 있다는 경제성이다. 이 틀로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오랜 사유, 르네상스 건축양식, 그림, 원근법, 색채의 역사, 화성(和聲)의 발견과 악기 구조 같은 예술 철학과 예술 양식에도 우주의 아름다운 규칙이 작동함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윌첵은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천체물리학자들이 세계의 규칙을 발견해, 우주의 거대한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 자체를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극적인 예술적 순간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아름답다고 해서 반드시 아름다움으로 발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주의 저 밑에 아름다운 원리가 숨겨져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혼동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코어 이론만 해도 물질 세계의 많은 것을 설명하지만 이론 곳곳이 너저분하고 앞으로 깔끔해질 가능성도 없다.
이에 저자는 물리계와 그 너머의 세계를 관장하는 궁극의 원리로 ‘상보성’을 제안한다. 상보성은 태극 음양 문양처럼 반대되는 세계가 서로를 포함하고, 포함된 상태이다. 상보성에 따르면 우주는 단순하고 대칭이 반영된 방정식으로 서술되는 ‘축소지향적 우주론’과 물질계는 매우 방대하고 다양하며 무궁무진하다는 ‘방대한 우주론’은 대립되지 않고 함께 존재한다. 인간은 ‘쿼크와 글루온, 전자, 그리고 광자의 집합체’인 동시에 ‘생각하는 존재’이며, 물질로 이뤄져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세계는 흐름 안에 존재하며 모든 물체는 변하지만 동시에 개념은 시간의 바깥에 존재하고 모든 것은 숫자이므로 개념은 우리를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물리적 세계 역시 아름다움이 구현돼 있지만 동시에 불결하고 고통스러운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소우주와 대우주 역시 상보 관계라는 저자는 우리 인간 한 사람 한 사람도 모두 광대한 우주와 상보 관계인 작은 우주라고 했다.
우주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면 우리 역시 아름답게 설계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몫이란 아름다운 우주에서 깊숙이 숨겨진 설계도에 따라 자기 생을 아름답게 완성해가는 것,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영감이 가득한 책이다. 552쪽, 2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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