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전쟁게임(war game)’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토 의사를 표명했으며, 한·미 양국 국방장관 간에도 협의가 진행 중이다.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 프리덤가디언 ‘연습(exercise)’이 중단되는 것이다.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도는 짐작하지만,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도 적지 않다.
우선,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답변을 통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지난 65년 동안 제반 사항을 긴밀하게 협의해온 한·미 동맹의 관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갑자기 주한미군 철수를 선언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측면에서 연습의 중단과, 장기적이지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역시 한·미 동맹의 호혜성을 무시한 것이다. 미군은 한국군과 비용을 분담하면서 세계에서 실전적인 훈련장과 훈련 기회를 활용해 왔고,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도 작지 않다. 특히,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CVID)를 끝내 약속하지 않은 북한의 신뢰성에 관해 국민이 의문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核) 폐기가 잘못되더라도 선택지는 많을 것이다. 1973년 파리 평화협정을 통해 남베트남을 포기한 것처럼 최악의 경우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포기하면 그만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있어서 북핵 폐기는 사활을 건 중대한 문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연습 중단 발언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게 한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 관계, 특히 북핵 폐기와 관련해 미국의 결정에 의존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장단기 전략을 정립해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그러한 내용을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다음 단계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면 그것은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고, 어떤 위험 요소가 있으며,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불안감도 줄어들고, 주도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 역시 분명하게 정립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북핵이 폐기되기 전이라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전환해 한미연합사를 해체할 것인지,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자면 수용할 것인지,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격화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충분히 토론해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인 북핵 폐기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만전의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유사시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3축 체계’를 더욱 절박하게 강화하고,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의 국방개혁을 더욱 가속화하며, 모든 부대와 군인이 전투 중심으로 사고하고, 훈련하도록 정예화해야 한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 폐기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도 약속하지 않은 채 ‘불량국가(rouge state)’ 이미지를 개선했고, 줄곧 주장해온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종전선언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대답이 궁한 만큼 우리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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