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규제’ 공정거래法 개편안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기존 순환출자에 해소 의무 등
민관 특위서 규제안 쏟아내자
재계·학계 “경영권 위협” 반발

선거 참패로 野黨 붕괴상황서
9월 국회 기울어진 심의 우려


38년 만에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관련 입법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제 대상 확대, 대기업 공익법인 소유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기업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의견들이 제시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마련 중인 민관 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경쟁법학회 학술대회와 산업조직학회 세미나에서 재벌 규제 강화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상당 부분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 규제안이 대폭 늘어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되면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견제세력인 야당이 붕괴한 상황에서 충실한 심의가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고려대 혁신·경쟁·규제법 센터(ICR 센터)와 한국산업조직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박상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계열사 간 출자는 2층 구조로 제한하되 100% 출자는 적용 제외하고, 공익법인의 보유 주식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자사주 처분 시 신주발행절차 준용, 금산분리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2018년 한국경쟁법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에서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민관 특위 위원들이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관 특위 위원인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해소 의무를 부과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와 기존 순환출자 강화만 금지하고 있을 뿐 기존 순환출자 지분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면 외국 투기세력 등의 경영권 위협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7월까지 민관 특위로부터 검토의견을 받아 8월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한 뒤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서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공정경쟁 관련 각종 규제안을 내놓고 있어 모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경제 민주화 조항을 다 담아서 규제를 강화해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공정거래법 개편 민관 특위에 재계 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가 없고, 공정위는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느 정도 반영해 수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 하는 사람 누구나 숨 막힐 정도로 압박을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민철·박세영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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