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탐정:리턴즈’ 주연 성동일

‘탐정’ 전원일기처럼 오래하다
007처럼 다음 세대 넘겼으면


“난 연기파가 아니라 관리직 배우예요.”

데뷔 27년 차 배우 성동일(사진)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1991년 SBS 공채 1기로 TV에 얼굴을 비쳤으나 극단 생활까지 포함하면 ‘연기밥’을 먹은 지 30년이 넘었다. 그 긴 세월을 연기하며 성동일이 좀처럼 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언론 인터뷰다. 그는 “맨정신으로 무슨 인터뷰를 하냐”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 그가 영화 ‘탐정:리턴즈’(감독 이언희)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나섰다. 2015년 ‘탐정:더 비기닝’에 이어 한국형 시리즈 영화로 자리매김한 이 영화에 대한 성동일의 애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극할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서 연기론을 얘기한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어요. 전 연기하는 기술자라 생각하지 예술가라 생각 안 해요. 연기해서 번 돈으로 내 가족과 불편함 없이 외식하고 사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로 족합니다.”

성동일은 ‘탐정:리턴즈’ 현장의 맏형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 통틀어 가장 나이와 경력이 많았다. 특히 지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동일은 일찌감치 촬영현장에 나왔고 후배들은 더 빨리 준비했다. 그러니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배우만큼 좋은 직업이 없어요. 얼굴도 나오고 돈도 많이 벌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스태프예요.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하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복 받은 거예요. 연극할 때는 잠 못 자고 일하는 게 소원이거든요. 그래서 바쁜 후배들한테 ‘넌 소원 이뤄 좋겠다’고 해요.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해야죠.”

성동일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팔색조 배우다. 희극과 비극을 섞는 솜씨가 절묘하다. 웃음 끝에 눈물이 있고, 눈으로 울면서 입으로 웃는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진실로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간절해지라는 거죠. 저는 우리 아이들이 아빠 명의로 된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정당하게 벌어서 가족을 기쁘게 하잖아요. 그래서 가족을 위해 ‘좋은 기술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촬영장에 빨리 안 오는 후배가 있으면 ‘빨리 와! 돈 받은 만큼 해야지!’라고 하죠.(웃음)”

‘탐정:리턴즈’는 개봉 2일 만에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오션스8’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시즌제를 정착시킨 성동일, 그가 바라보는 ‘탐정’ 시리즈의 끝은 어디일까.

“‘전원일기’도 횟수 정해놓고 한 게 아니잖아요. 제 관절이 10m 이상 못 걸을 때까지 하다가 ‘007’처럼 다음 세대에 맡겨야죠.(웃음) 저와 (권)상우가 박수 칠 때쯤 떠나고 후배들이 이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사진 = 연합뉴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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