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문화부 부장

영국 작가 A A 밀른이 1926년에 발표한 동화의 주인공, 곰돌이 푸가 요즘 서점가에서 화제다. 푸라면 우리에겐 1990년대 TV에서 상영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낙천적이고 세상 걱정이라곤 없는 곰돌이 푸는 그 느긋한 성격 때문에 할 일을 까먹거나, 작은 사고를 치며 친구들의 마음을 상하게도 하지만 언제나 그 선한 마음과 진심으로 사랑을 받는다.

이런 푸의 착하고 낙천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걸고 디즈니 캐릭터 삽화를 수록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가 몇 달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푸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캐릭터 북 인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5년 백영옥 작가가 어린 시절 함께 한 ‘빨간 머리 앤’을 모티브로 위로의 메시지를 풀어낸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일본의 4컷 만화 보노보노를 소재로 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들 캐릭터북은 책의 주요 독자층인 20대, 30대에게 소구하는 추억 코드로 해석되기도 하고, 바쁜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 눈은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젊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지식의 매체였던 책도 가벼운 내용에 예쁜 일러스트로 포장해야 팔리는 시대가 됐다는 진실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이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책도 이제 1000만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로 갈라지는 영화계처럼 각 분야의 진지한 마니아 독자와 가벼운 대중 독자가 공존하는 구조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같은 시대, 더 중요해진 것은 책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발견’되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출판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논의돼온 주제가 바로 책의 ‘발견성’이다. 영상과 이미지의 시대, 인터넷과 SNS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책의 종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 나면서 좋은 책이 독자에게 ‘노출’돼 ‘발견’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유명인이 읽는다거나, 드라마에 나오거나, 예쁜 캐릭터를 내건 책이 나오면 독자의 눈은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책을 발견하고픈 독자의 욕구는 여전하지만, 그 통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서울 국제도서전은 꽤 성공한 사례로 꼽고 싶다. 한때 책 대규모 할인 행사장으로 전락했던 도서전은 지난해 독자를 찾아 나서겠다며 대변신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작가를 대거 참여시키고, 다양한 행사로 독자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전략이 통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 성공을 바탕으로 20일부터 독자들을 맞는다. 100명이 넘는 작가가 나오고, 근엄한 시선으로 ‘논외’로 선을 그었던 라이트 노벨 기획전 등으로 책의 영역도 확장했다. 책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책을 만나러 가시길 권하고 싶다.

ch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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