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본 심정은 ‘참담함’이었다. ‘6·12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계속 기대 수준을 낮춰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난데없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쟁게임(war games)’으로 규정하면서 “비싸고 도발적”이라고 비판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한 편의 ‘리얼리티 쇼’ 같았던 기자회견은 ‘트럼프 변수’가 한반도에 얼마나 예측 불가한 상황을 낳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기자회견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독트린’의 구성요소를 재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모든 게 비즈니스’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돈’을 잣대로 편익·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장기적 차원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이미 밝혔던 내용이다. 지난 3월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대선 캠페인에서 제기했던 문제였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면서 가장 많이 언급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한국·일본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미 FTA도 안심할 수 없다. 한·미는 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타결안에 대해 “북핵 문제 이후로 서명을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맹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하는 모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택한 길이며, 또 다른 하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대응한 방식이다. ‘아베 모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을 쏟으면서 이득을 구하는 방식으로, 2016년 11월 미 대선 직후 당선인인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인 아베 총리는 미·북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7일에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반면 ‘트뤼도 방식’은 할 말은 하는 원칙적 대응으로, 지난 8∼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해 “모욕적”이라면서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델을 차용해야 할까. 단기·장기 차원에서 장단점을 검토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지금 현재 성적표는 이렇다. 아베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신조, 멕시코 이민자들을 일본에 보내면 당신은 퇴진이야”라는 협박을 들었다. G7 정상회의를 주최했던 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 합의했던 G7 공동성명에서 이름을 빼면서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지난 16일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인 응답자 57%로부터 관세·무역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낫다’는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평가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boyo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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