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판사의 개인 비리 아닌 법원행정처 내부 문제로 수사를 받는 한국 사법(司法) 70년 역사 초유의 사태가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했다”며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이 행정부 외청(外廳)인 검찰 칼끝에 놓이는 것은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3권 분립의 핵심인 ‘사법부 독립’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이제 사법부 최고기관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전·현직 대법관들이 줄줄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사법의 치욕’이 더 적나라해질 개연성도 크다.

이런 지경에 이른 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이 엄중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법무부 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문건을 만든 것이 부적절한 처사였을지라도,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라는 사실은 김 대법원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끝난 재판 중에 정부가 좋아할 만한 결과가 나온 사건의 목록을 작성한 것이 엉뚱하게 ‘재판 거래’로 둔갑해 의혹을 확산시켜온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는 김 대법원장 자신이 구성한 3차 특별조사단의 결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선동으로 비치게 마련이었다. 소장 판사들은 ‘검토’의 결론이 ‘고발’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집단적 요구를 했으나, 김 대법원장이 단호히 선을 그었어야 했다. 직접 고발하진 않았지만,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수사 의뢰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대법관 13명 전원이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겠는가. 사법 신뢰와 법관의 자긍심까지 추락시킨 김 대법원장은 무거운 책임을 제대로 깨닫기라도 해야 하지만, 그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여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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