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6·13 선거 압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권 중반기를 위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까지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22개월 간 국정에 집중할 수 있다. 집권 초기의 시행착오를 쓴 약으로 삼아 국정을 ‘리셋’하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회의에서 한 발언을 들으면, 선거 승패(勝敗)에 대한 분석은 물론 국정 잘잘못에 대한 인식도 잘못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참모들을 격려하기 위한 의례적 덕담일 수 있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최고의 여당 승인(勝因)은 보수 야당들의 궤멸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그들의 정치적 추태를 참지 못해 기존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것이다. 사실상 ‘정치적 자살’이었다. 선거는 냉정한 상대평가여서 이런 야당보다 나으면 이기는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여당에서도 청와대 참모진이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총리도 일부 부서에 대해 질책한 일이 있다. 교육·외교·국방·환경·여성부 등의 장관들은 무능력·무기력하다. 경제 참모진은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고, 드루킹 사건 등이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됐는지도 의문이다. 인사 실패도 한두 건이 아니다. 특정 세력이 문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국정이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잘해서 이겼다는 인식은 오만에 가깝다. 이제라도 국정 방향을 재설정하고, 필요한 인적 쇄신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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