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윤도현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를 듣는 순간 2002 한·일 월드컵을 떠올립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구호가 담긴 ‘인 투 디 아레나’ 역시 자동 반사로 손뼉을 치게 만드는 곡이죠. 2010 남아공월드컵을 장식한 밴드 트랜스픽션의 ‘승리의 함성’을 비롯해 공식 응원가는 아니어도 클론의 ‘발로 차’와 싸이의 ‘위 아 더 원’, 버즈의 ‘그댄 나의 챔피언’ 등이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달구는 응원가입니다.
그럼 현재진행형인 2018 러시아월드컵의 공식 응원가를 아시나요? 선뜻 떠올리는 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이번 월드컵을 겨냥한 공식앨범인 ‘위, 더 레즈(We, the Reds)’의 타이틀곡은 보이그룹 빅스의 레오, 걸그룹 구구단의 김세정이 함께 부른 ‘우리는 하나’죠. 이 외에도 걸밴드 마르멜로의 ‘승리의 순간’, 밴드 락킷걸의 ‘우리는 대한민국’, 정준영의 ‘Hifive 대한민국’, 트랜스픽션X오마이걸의 ‘승리의 함성 2018’ 등이 이 앨범에 포함됐죠. 하지만 주변에서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이를 만나긴 힘듭니다.
항상 월드컵 시즌이 되면 방송가가 떠들썩했는데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것 같습니다. 방송인 이경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과거 그의 히트작인 ‘이경규가 간다’를 연상시키는 포맷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국가를 찾아가고, 그 외에도 특집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준비했었죠. 2006 독일월드컵 때는 MBC ‘무한도전’이 한국 대 토고 전을 토고 국민 6명과 함께 보며 각각 자국을 응원하는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줬던 것이 기억납니다.
친분 있는 지상파 예능 PD에게 물었습니다. “올해는 왜 이리 소극적인가요?” 이 PD는 답했습니다. “정상회담, 선거 등 대형 이슈가 많아 각 방송사의 여력이 부족했다.” 그건 외부적 요인일 뿐인 것 같아 좀 더 집요하게 묻자, 이 PD는 “돈도 안 될 것 같고…”라고 말을 흐렸죠.
해외 촬영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 충분한 광고와 제작 협찬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 이는 월드컵 열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 기인하죠.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약체로 평가받으며 기대감이 낮습니다. 결국 대중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하는 기업들도 광고나 홍보비를 줄인 거죠. 이는 특집 예능 제작 불발이라는 악순환으로 꼬리를 물었습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미디어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북돋운다면 좀 더 흥겨운 지구촌 축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과거 어느 월드컵 기간, 운전을 하다가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에 “빠빰빰빰빰”이라고 경적 5번을 울려도 모두가 웃으며 반기던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