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北 김정은 독재 찬양
몰가치적, 몰역사적 인식 표출
동맹국 존중 美외교 관행 일탈
‘美德’ 실종되고 ‘리스크’만
평화우선론은 핵 容認論일 뿐
한·미 공조로 北核 폐기해야
미국인들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등 건국 전후의 지도자들을 총칭해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며 존경한다. 건국 후 242년이 지나도록 건국의 아버지들에 대한 책과 영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존경심이 하나님 다음쯤은 되는 것 같다. 이런 신뢰는 미국의 가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으로 드러난다. 미국인들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안해낸 최상의 시스템이라고 자랑한다. 이 때문에 ‘백악관에 어떤 바보가 들어가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작동된다’고 자신해왔다. 입법·사법·행정의 엄격한 3권분립을 통해 대통령제에 대한 상호 견제 장치를 치밀하게 짜놓아 대통령의 일방 독주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확신을 ‘시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인들을 2번 놀라게 했다. 지난 6월 4일 취임 500일 기념으로 트위터에 “나는 나 자신을 사면할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며 사법권을 무력화시키는듯한 인식을 드러냈다. 대선 캠페인의 러시아 관여설과 관련돼 로버트 뮬러 특검이 주변을 조여오자,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독재적 발상을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6·12 싱가포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국가를 터프하게 통치하는 재능이 있다”며 북한 독재정치를 찬양했다.
북한의 인권 유린과 핵·미사일 도발을 감안해 북한 지도자나 정권을 칭찬하지 않는다는 게 그간 미국의 불문율이었는데 이 같은 외교 관행을 간단히 무시했다. 이복형을 치명적 독극물 VX로 살해하고, 고모부를 고사포로 처형한 김정은을 “훌륭한 인격자”라며 공포정치를 찬양한 것이다. 피를 흘리며 싸운 한·미 동맹의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돈이 많이 든다고 불평하면서 주저 없이 적국을 칭찬하는 그의 몰가치적이고 몰역사적 인식을 접하며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건국의 아버지들이 추구한 미국의 이상은 모욕받고 있다. 필자는 ‘트럼프 리스크의 미덕’(3월 30일 자)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최대 리스크지만, 북핵 폐기를 위한 최대의 대북 압박 정책은 옳다”고 썼다. 그런 관점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미덕으로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우파 포퓰리스트라 해도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동맹에 대한 예의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쇼는 그런 기대가 무망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북핵만큼 위험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미·북 담판에서 북핵 폐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대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합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의 역사적 의의만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전쟁의 위협과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핵 문제는 제자리걸음인데 회담 한 번 했다고 어떻게 북핵 위협이 사라지는가. 관변 전문가들은 ‘핵보다 평화’라는 여론전도 벌이고 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북핵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법을 찾자는 주장인데, 사실상 북핵을 용인(容認)한 뒤 김정은의 선의를 믿고 평화롭게 살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 덕분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참패에 대해 반성 기류가 분명해지고 있다. 의회에선 북한의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고, 정부관리들과 싱크탱크, 언론들도 북핵 폐기 최우선 입장을 재확인하기 시작했다. 마크 내퍼 미 대사 대리는 18일 화정평화재단 공개 강연에서 “미·북 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가 되려면 북한이 우선 비핵화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자각이 생긴 만큼, 문 정부도 미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등과 전방위 공조를 통해 북핵을 폐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북 관계개선 시도는 무조건 옳다는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북핵 폐기에 집중하며 대미 공조와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이 만드는 동맹 리스크를 차단하며 북핵 폐기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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