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김민우(왼쪽)가 19일 밤(한국시간) 훈련을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스타디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PK 빌미 김민우 자책하자 “네탓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 진한 동료애로 똘똘 뭉쳐
아직 중요한 2·3차전 남아 비난보다 뜨거운 응원으로 ‘국가대표’ 자긍심 심어줘야
울지 말아요. 그대들은 우리의 국가대표니.
한국축구대표팀 왼쪽 수비수 김민우(28·상주 상무)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스웨덴과의 1차전을 마치고 눈물을 쏟았다. 1차전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 들어선 김민우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실수로 1차전에서 패했다는 자책감에 시청자, 팬, 국민께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취재진이 “힘들면 그냥 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김민우는 눈물을 훔치면서 “한국에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을 텐데, 판단 실수로 패배를 안겼기에 굉장히 죄송하다”면서 울먹였다.
김민우는 1차전에서 전반 28분 교체투입됐다. 박주호(31·울산 현대)가 햄스트링을 다쳤기에 벤치에 앉아 있다가 곧바로 경기장에 들어가야 했다. 몸도 풀지 못한 상태로 출전한 김민우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후반 20분 문전에서의 태클로 페널티킥을 유발했다.
그리고 대표팀은 0-1로 패했다. 김민우는 경기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고, 믹스트존에서 다시 울었다.
월드컵은 양날의 검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은 지금까지 전설로 추앙받고 있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며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던 대표팀은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팬들이 던진 엿, 사탕 세례를 받아야 했다.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남일(41) 대표팀 코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페널티킥을 허용, 지탄을 받았고 그의 아내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엔 악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1차전에서 패했지만 페널티킥의 빌미를 제공한 김민우를 대표팀 동료들은 감싸며 진한 동료애를 발휘하고 있다. 이재성(26·전북 현대)은 “(1차전 패배가) 민우 형의 잘못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민우 형의 책임이 아닌 나를 비롯한 모든 선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팬심은 그러나 냉정하다. 특히 마녀사냥처럼 희생양을 요구하고 있다. 박주호의 부상이 장현수(27·FC 도쿄)의 부정확한 패스 때문이었고, 김민우의 반칙도 장현수가 발단이었다면서 장현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장현수가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가대표이기에 졸전에 합당한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하겠지만, 비난의 수위가 감당하기엔 벅찰 수준까지 이르렀다.
아직 1차전밖에 치르지 않았다. 반전의 기회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비난이 폭주하면서 대표팀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2∼3차전에서 정작 필요할 때 태클을 하지 못하는 등 위축될 수도 있다. 도가 넘은 질책은 반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직 2경기가 남았다. 대표팀은 비난을 피하지 않고, 1차전을 반성하며, 더 나은 플레이를 약속하고 있다.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받았던 비난을 러시아월드컵에선 환희로 바꾸고 싶었지만, 첫 경기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함께 비난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면서 멕시코전에서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