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기술력 실태조사’배경

화웨이가 점령땐 ‘甲乙’바뀌어
국가정보 유출 등 보안 우려도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5G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 통신 장비가 특정 업체에 장악돼 ‘기술 종속’이 발생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는 통신 장비 선정에 대해 ‘중립적 관심’을 보이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 화웨이가 초기 시장을 선점해 수년간 5G 시대를 준비해 온 국내 장비 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도 5G를 미래산업의 핵심이자 정보기술(IT) 강국으로의 재도약 모멘텀으로 인식하고 위기감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술 종속 상황이 발생해 우리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 등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의해 국내 시장이 잠식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50여 중소·중견기업의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통신 장비 업체와 달리, 화웨이는 국내 기업과 협업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국내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하면, 수년간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부으며 5G 시대를 대비해 온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5G 경쟁에서 원천 배제될 수 있다. 다만, 이통 3사 입장에서는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할 유인이 없지는 않다. 1년 전 세계 최초로 5G 통신 장비를 선보인 화웨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현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집중 공략 중이다. 기술력에서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1분기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시점이 아닌, 장비 도입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이통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5G 통신 장비 대부분이 화웨이 장비로 채워지면, ‘갑을’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우리 장비를 써 달라”고 읍소하던 화웨이가 커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장비 교체, 업그레이드 등의 명목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보안성도 화웨이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조사했는데, 그 배경은 국가안보 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되거나 중국 통신기술이 자국 통신기술 업체들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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