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어 개츠비 / 스콧 피츠제럴드·맥스웰 퍼킨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아름답고 저주받은… /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진영인 옮김 / 은행나무
- 재즈 시대의 메아리 /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소설·편지모음집·에세이 모아 세 출판사가 공동기획해 출간
디어 개츠비, 20년간 전설적 편집자와 서신 작품에 대해 나눈 이야기 담아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화려한 결혼뒤 찾아온 비극 아내와 함께한 아픈 시간들
재즈 시대의 메아리, 신경쇠약에 빠진 알코올의존자 쇠락하는 자신의 모습 그려
스콧 피츠제럴드의 장편소설, 그가 천재 편집자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그리고 에세이집으로 이뤄진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는 세 출판사가 함께 기획, 출간했다는 것으로 화제가 됐지만 ‘화제의 세트’로만 설명하기엔 한 권 한 권이 귀하다. 대중에겐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로, 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를 비롯해 숱한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인 피츠제럴드를 다시, 더 자세히 따뜻하게 이해하게 한다.
세트의 기둥이라면 ‘디어 개츠비’이다. 피츠제럴드가 1919년 7월 26일부터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며칠 전인 1940년 12월 13일까지 20여 년간 스크리브너스사의 전설적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퍼킨스는 피츠제럴드뿐 아니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 등을 키워낸 인물로 울프와의 이야기는 영화 ‘지니어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디어 개츠비’에는 스물넷, 피츠제럴드가 출세작 ‘낙원의 이편’ 초고를 완성한 때부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벼락같은 성공과 그 뒤 당대 독자들에게 제대로 환영받지 못한 작품들, 그로 인한 삶의 쇠락, 그 속에서도 촘촘한 일상,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의 편지 안에 두 번째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1921) 이야기도 나오고 1930년대 에세이집 ‘재즈 시대의 메아리’에 언뜻언뜻 비치는 신경쇠약과 알코올의존증으로 무너지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소설, 편지, 에세이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피츠제럴드라는 한 작가를 직조해낸다.
“친애하는 퍼킨스 씨. 지난 넉 달간 낮엔 돈 될 글을 쓰고, 밤엔 고통만 따를 뿐 열정이라곤 없이 대중문학을 흉내 낸 글을 쓰던 끝에, 마침내 양자택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소설 초고를 어제 완성했습니다. 이전 원고가 지루하고 서로 겉도는 잡탕이었다면, 이번 원고는 좋은 작품을 내기 위한 고심의 산물입니다.” 1919년 7월 26일 피츠제럴드가 완성한 이 초고가 바로 ‘낙원의 이편’이다. 그에게 경제적 여유와 대중적 인기를 안겨주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했던 젤다 세이어와 결혼해 호화 생활과 사교계에 빠지게 한 작품이다.
피츠제럴드와 그의 작품 세계의 사적 연대기로 읽히는 ‘디어 개츠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의 편지 대화 속에 세세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전후 과정이다. 초고를 넘기고, 이에 대해 퍼킨스가 평하고, 의견을 나누고, 제목을 정하고, 인세 계약을 하고, 홍보계획과 평가, 평가에 대한 의견까지 작품을 둘러싼 전 과정이 담겨 있다. 특히 퍼킨스가 작품에 대해 코멘트하고 작가가 고쳐 나가는 과정은 피츠제럴드의 작품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데에는 퍼킨스라는 편집자의 힘이 컸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1925)에 대한 퍼킨스의 코멘트는 이렇게 구체적이다. “6장, 7장 긴장도가 떨어지니 해결 방법을 찾으세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 속에서 개츠비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인물들처럼 개츠비에 대한 육체적 묘사가 좀 더 선명할 수 있을까요?” “개츠비의 과거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헤밍웨이가 자신의 부인과 바람난 평론가와 육탄전을 벌인 이야기 등 당대 문단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그 한가운데인, 1920년대 재즈 시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 피츠제럴드가 아내 젤다와의 결혼 생활을 묘사한 자전적 작품이다. 젊고 부유하고 생기 넘치는 앤서니와 글로리아 패치 부부. 앤서니는 자산가인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을 막대한 유산만 기다리며 오랫동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아내인 글로리아와 함께 파티를 열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유산을 좀처럼 받지 못하고 화려한 결혼 생활마저 퇴색하면서 앤서니는 점차 알코올의존증과 신경쇠약을 겪으며 무너진다. 이렇게 소설은 놀랍게도 피츠제럴드 부부의 이후 삶을 예고한다.
작가의 소설적 예고는 1930년대 알코올의존자가 돼 신경쇠약에 빠진 작가의 ‘재즈 시대의 메아리’로 이어진다. 에세이집에 수록된 ‘금이 가다’(The Crack-Up·1936)에서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써내려간다. “모든 삶이란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일 테지만, 그중에서도 중대한 타격은 그 파괴력을 단숨에 발휘하지 않는다. 외부의 타격엔 내부의 또 다른 타격이 뒤따르게 되는데, 이를 자각했을 때엔 이미 늦어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당시 그는 젤다의 정신병 치료에 돈이 많이 필요하자 1934년 9년 만에 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발표하지만 사교계의 화려한 삶을 그린 소설은 대공황 이후의 독자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는 “20대엔 삶이란 본인의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는 어떤 것이어서 지성과 노력으로 인생을 통째로 만들어내거나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마흔아홉까지 10년이나 남은 이때, 내게 이미 금이 가 버렸음을 갑자기 깨달았다”고 했다.
이런 속에서도 그는 소설을 썼다. 피츠제럴드는 1940년 12월 13일 퍼킨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소설은 진척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빨리. 1월 15일 이후 언젠가 초고가 나올 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디어 개츠비’ 440쪽, 1만4000원.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576쪽, 1만4000원. ‘재즈 시대의 메아리’ 212쪽, 1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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