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라는 말은 유아기부터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을 거치며 평생 듣는 ‘명령’ 같은 것이다. 이제 그 명령은 내면화돼서 잠시라도 ‘멍 때리기’를 하면 스스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자책하거나 심지어 죄의식까지 느낀다. 학생의 공부와 직장인의 업무 효율성 등등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당장의 성취를 위해 사람들은 얼마나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주의가 산만하거나 집중하지 못해 꾸물거리면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등의 비정상 혹은 병적 증상으로 진단·처방받기도 하며,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먼저 나서서 처방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집중중독’은 얼마나 피곤한가. 우리가 경험했던 바대로 집중하다 보면 탈진하고 외곬에 빠지며, 심신이 고갈됐다고 느끼는 동시에 명쾌하게 생각할 기운조차 소진된다. 오히려 잠을 자거나 멍 때리다 집중에서 놓여났을 때 ‘유레카!’를 외친 사례들은 역사에서 적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는 꿈을 꾸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고, 생화학자 캐리 뱅크스 멀리스는 멍하니 운전을 하다 노벨상을 안긴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법’을 발명했다.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이자 뇌 연구자인 저자는 미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불안장애 연구를 진행하는 등 불안과 스트레스 전문가다. 그는 20년간의 연구 성과를 통해 파악한 멍 때리기의 긍정적 효과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집중’이란 말을 달고 살지만, 정작 그 정확한 기전에 대해선 잘 모른다. 실상 집중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무기력을 안긴다. 저자는 집중을 손전등에 비유한다. 어두운 밤에 눈앞을 똑바로 비추는 밝고 좁은 광선은 당장 봐야 하는 부분은 선명하게 비추지만 그 주변과 중간은 놓치게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점멸 시각’(blinker vision)이나 심지어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부른다. 예컨대 1995년 보스턴에서 한 경찰관이 범죄 용의자를 쫓다가 그 주변에서 심하게 구타당하는 사람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나중에 모의실험 결과, 경찰관이 용의자를 추격하는 데 ‘과집중’해 ‘무주의 맹시’를 경험했음이 인정됐다.
저자는 멍 때리기, 곧 비집중이 뇌를 준비시키고 충전하고 조정해서 필요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휴식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집중을 아예 제쳐놓자는 것은 아니다. 집중과 비집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집중·비집중 방법을 동시에 습득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생산적이며 민첩하게 생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신경학에서도 비집중 하면 편도체의 활성화를 감소시키면서 침착한 감정을 형성하고 동시에 전두극피질을 활성화해 혁신을 향상시킨다고 확인했다. 저자는 스포츠, 비즈니스, 교육, 예술 분야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통해 멍 때리기가 어떻게 인지적 평온을 가져오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창의성을 키워주고 기억력을 강화시키는지 입증한다. 또 비현실적이거나 실재하지 않는 막연한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몽상’, 분명한 기억과 흐릿한 기억을 오가며 행동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마음 방랑’, 자신을 ‘너’라고 부르거나 이름을 부르는 식으로 대화하는 ‘자기 대화’ 등 ‘멍 때리는 7가지 방법’을 제시해 준다. 364쪽, 1만58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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