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삶의 상징적 생산 / 여건종 지음 / 에피파니

대중문화와 그 중요한 무대인 미디어 시장은 근대 이후 시민을 생산하는 가장 핵심적 사회적 기제로 기능해 왔다. 마르크스의 상부·하부 구조 이분법을 넘어, 안토니오 그람시가 부르주아의 지배가 정치·경제적 과정뿐 아니라 문화적 과정을 통해 재생산된다는 것에 주목했고, 이어 발터 벤야민과 위르겐 하버마스 등을 거치며 미디어 시장은 본격적인 이데올로기와 대항문화의 각축장으로 등장했다.

대중문화는 일반 대중이 스스로를 재현할 수 있는 정치적, 지적, 감성적 자원이며, 그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실천적 조건을 구성한다. 하지만 시장체제에 흡수된 미디어 시장은 대중이 삶의 존재 조건을 반성하며 사유하고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위축시키고, 현재 상태를 자연스럽고 보편적이며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훈육한다.

자본주의 문화연구를 해온 여건종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가 쓴 이 책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미학부터 최근의 칙릿(Chick-lit)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등장과 그 역사적 과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교과서라 할 만큼 잘 정리를 해놓았다. 504쪽, 3만2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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