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김금희 작가는 그곳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사를 소재로 인간의 슬픔과 애도, 사랑과 치유를 장편에 담아냈다.   창비 제공
인천에 사는 김금희 작가는 그곳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사를 소재로 인간의 슬픔과 애도, 사랑과 치유를 장편에 담아냈다. 창비 제공

- 경애의 마음 / 김금희 지음 / 창비

연애소설 형식 띠고 있지만
조직내 갈등·인간의 이중성
참사 생존자의 슬픔 등 담아

작가 “평소 사회문제 큰 관심”
유머와 재미로 무거움 덜어


“등단 9년 만의 첫 장편이라 처음엔 완결을 걱정했어요. 결말을 남겨두고 큰 고비가 있었죠. 그러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쓰고, 주인공 2명의 마음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르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단의 기대주로 평가받는 김금희 작가가 2009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편 ‘경애의 마음’(창비)을 출간했다. 자신의 경력에 대해 “과장급 소설가”라고 겸손해하는 그는 “2017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4회 연재한 것이다. 그때 결말을 내리지 못해 지난 1월 원고지 500매를 더 써서 완성해야 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사건이 재미있는가, 플롯이 신선한가, 장편의 형태를 띠고 있나 등을 고민하다가 결국 제 방식으로 타협한 결과”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유일한 단짝 친구를 잃은 상수, 그리고 같은 사고 현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반도미싱’ 영업부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론 연애소설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는 ‘갑질’ ‘낙하산’ ‘파업’ 등 조직 내 갈등과 부조리,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이중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고민, 참사 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애도와 슬픔 등 실로 다층적인 이야기가 섞여 있다.

상수는 능력 있는 아버지 덕분에 회사 내에서 낙하산으로 취급받지만 실제 대우는 그렇지 않다. 영업 실적이 부진해 승진이 늦고, 융통성 없는 원칙과 합리성으로 동료들로부터 ‘왕따’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벌써 8년째 ‘언니’라는 별명으로 SNS에 연애 상담 코너 ‘언니는 죄가 없다’를 운영하고 있다. 삭발하고 파업에 참여한 바 있는 경애도 회사에서 따돌림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무뚝뚝하고 반항적인 태도로 늘 해고의 위협에 시달린다. 이런 둘이 만나 차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애틋한 연애의 감정을 만들어 간다.

“상수는 제 주변 또래 남성들의 모습이다. 어떤 체제 아래에서 내밀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것을 옮겨와서 심어주면 되겠구나 상상했다. 경애는 삶에 있어서 의지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렸다. 경애와 상수가 서로를 통해 누군가를 ‘공경하고 사랑하는(敬愛)’ 마음을 배워가는 과정이 주인공의 이름 속에 담겨 있다.”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움이 배어 있지만 이에 못지않은 유머와 풍자, 재미가 녹아 있다. “경애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셨는데 자기 혼자 먹는데도 맥주잔 주둥이를 냅킨으로 막고 흔들어 회오리를 만들었다”(129쪽), “인생의 대부분의 날들이 상수에게 실패라는 결론을 선언하기 위해 준비된 듯 느껴졌다. 그러니까 공상수 너 실패, 메뉴 선택 실패, 이메일 보안 실패, 언니로 살기 실패, 짝사랑 실패, 해외파견 실패, 팀장 실패, 아주 다 실패.”(248쪽) 구어적이고 재치 있는 문장이 이야기의 무게를 넘어 재미와 공감을 준다.

김 작가는 “편집자 출신이라 퇴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퇴고가 즐겁다. 예전에는 단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100개의 파일을 저장하고 고친 적도 있다”며 “늘 읽히는 속도를 생각하며 쓴다. 그리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매우 일상적 소재 같지만 실화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는 사회를 바라보고,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장편 속 주요 모티프인 호프집 화재 사망 사건은 1999년 인천에서 실제로 벌어진 대형 참사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정치 사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고민인데, 다만 그걸 드러내는 방식은 달랐다. 제 경우엔 이음새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면서 “‘나 이런 사람 본 적 있어’처럼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은 기억을 불러일으켜 나누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356쪽, 1만4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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