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의장은 ‘나는 영원한 의회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저서를 남긴 데서 알 수 있듯 국회의장 재직 시 입법부인 국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는 대통령과의 충돌과 여론의 비판이라는 껄끄러운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회의장 임기 첫해인 2002년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것을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박 전 의장은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에게 정기국회 때 국회에 나와 직접 예산안 시정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DJ도 박 전 의장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김석수 총리를 대신 보냈다. 그러자 박 전 의장은 본회의 사회를 거부했다.
국회의장 임기 종료를 몇 달 앞둔 2004년 3월 12일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박 전 의장은 당시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며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강력한 ‘탄핵 역풍’으로 이어져, 박 전 의장 역시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펴낸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 책에서 그는 당시 의사봉을 잡은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신을 밀어붙이는 박 전 의장의 스타일은 김영삼(YS)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에도 나타났다. 당시 YS의 아들 현철 씨가 각종 인사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도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박 전 의장은 고민 끝에 YS에게 “지금 전국에서 김 소장(김현철)을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파다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1938년 부산 출생 △동래고, 동아대 정치학과 △11∼16대 국회의원(6선)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 통일외무위원장 △신한국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부총재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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