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자역조’ 17년간 172兆
기업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
투자 엑소더스… 일자리 증발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기업들 비용부담은 ‘눈덩이’
법인세율 韓·美간 이미 역전
규제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

22일 산업계 및 학계에 따르면 국내만 역주행하다시피 하는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법인세 인상 등으로 각종 경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 반해, 규제는 사실상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 나올 만큼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계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으로 기업이 당장 감당해야 하는 비용만 해도 연간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기업은 총 12조3000억 원의 직간접 고용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에만 15조3000억 원의 비용을 더 물어야 할 판이다.
법인세율은 이미 미국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인 반면, 미국은 35%에서 21%로 낮췄다. 경제계는 법인세율 역전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1.7%(연간 29조4000억 원 규모)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미국과 법인세율이 역전되면서 일어날 엑소더스의 주체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중견·대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통상 압박과 보복 관세에 못 이겨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재계는 줄줄이 미국 공장을 짓거나 가동에 들어간 상황이다. 원유, 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을 생산하는 중견 철강기업 넥스틸은 보복 관세로 대미 수출 길이 막히자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길 태세다.
이런데도 규제 개혁은 요원한 상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중 한국의 기업 관련 법 효율성 순위는 2015년 45위, 2016년 46위, 2017년 48위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이럴 바에는 해외로 나가는 게 나을 것”이라는 원성을 쏟아낼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라면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게 도대체 앞뒤가 맞는 말이냐”며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를 내세워 기업 지배구조를 압박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해외로 사업 근거지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각종 포퓰리즘 정책이 판치니 우리가 돈을 버는 기업인지, 국민에 봉사하는 공기업 직원인지 모를 정도”라며 “정부가 투자·일자리 확대보다는 정책 방어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청년 체감실업률이 23.4%에 이르는 가운데 직접투자 순유출로 연간 13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국내로 돌리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게 하려면 답보 상태인 규제 개혁을 조속히 추진하고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범·손기은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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