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MDL 정찰비행 중지 제안
南 ‘킬체인 무력화’ 노린 포석
철매 Ⅱ 양산 재고 땐 KAMD 약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국방개혁 2.0이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용두사미가 되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여전히 이벤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 반해 핵·미사일 억제력의 핵심인 ‘3축(3K) 체계’는 형해화(形骸化) 수순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양측 60㎞ 이내에서는 정찰기 비행 등 상대방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지 않고, 40㎞ 내에선 전투기 등 양측 군용기를 비행시키지 말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현실화되더라도 어차피 정찰·감시 자산이 부족한 북한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공격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타격을 가하는 우리의 킬체인(Kill Chain)은 무력화될 수 있다. 킬체인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 공격 시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갖추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함께 ‘3축 체계’의 핵심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표범처럼 날쌘 군대’ 육성을 표방한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3축 체계 완성 시기를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4·27 판문점 공동선언 후 공세적 작전개념의 국방개혁 2.0은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대폭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3K 등 전력화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달 23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산 요격미사일 ‘철매 Ⅱ’(사진) 양산의 재검토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AMD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 참수부대’의 핵심전력인 수송용 헬기 도입·개량 사업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대북억지력 확보를 위한 군의 중장기 전력 계획인 국방중기계획(2019∼2023)도 마찬가지다. 국방중기계획은 통상 매년 4∼5월쯤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넘긴다. 이번처럼 6월 하순이 돼도 완성하지 못한 건 초유의 사태다.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표에 이어 다음 주로 예정된 한국군 단독 지휘소훈련(CPX)인 태극연습도 연기될 조짐이다. 심지어 북한군이 별 신경도 쓰지 않는 정부 행정기관의 을지연습 중단마저 검토대상에 올랐고 9월 실기동훈련인 호국훈련도 최소화되는 분위기다. 진짜 평화는 전쟁에 대한 철저한 준비 위에서만 꽃피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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