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인사권자 판단 나름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
이의 제기 어려운 사례도
警 인권침해 방지책 없어
“이론 세계에만 존재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작동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견제 장치들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22일 수사당국 현장에서 나온 종합평가다. 조정안이 상호협력 관계를 만든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얽히고설킨 복잡한 견제장치들이 실제 수사현장에서 적극 가동될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장치와 관련, “제도로서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게 기능하기보다는 심리적 장치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양측이 사후약방문식으로 이의제기하는 절차만 남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모호한 규정은 향후 논란의 불씨를 떠안고 있다. 또 정부가 공언한 바와 달리 합의문에 수사 과정 시 벌어질 수 있는 인권 침해를 막을 조항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기존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표적 수사, 보복 수사 등 권력 편향을 완화할 방안이 담기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견제 장치 실효성 의문 = 합의문에 담긴 경찰 견제 장치의 대부분은 강제성에 관한 규정이 모호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징계권자에게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경찰관에 대한 징계요구를 경찰청장이 무시할 경우에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 절차는 공무원 징계령에 의하게 돼 있다”면서 “인사권자의 판단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한 건에 대해 ‘불송치결정문 등을 검찰에 넘기고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1차 수사권이 제한된 데다가 송치 전 수사 지휘까지 막힌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얼마나 성실하게 불송치 사건 기록을 넘기느냐에 따라 재수사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드루킹 사건’처럼 초기 증거 확보가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한 시점에 이미 증거가 모두 사라져 재수사가 ‘사후약방문’이 된다는 문제도 있다. 경찰이 자체 종결한 수사에 대해 피해자 등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 역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뇌물 등 뚜렷한 피해자가 없는 사건의 경우 이의 제기 주체가 명확지 않은 데다 변호사 등을 통해 법률적 조력을 받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약자의 경우 쉽사리 이의 신청을 하기 어려운 탓이다.
◇인권 침해 방지 장치 미흡 = 정부가 수사권 조정의 핵심 이유로 제시한 인권 침해 방지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복수사가 대표적이다. 합의문에 ‘검사는 송치된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를 비롯해 관련된 사람을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찰 조사내용을 검찰에서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의 인권침해”라고 밝힌 부분과 배치된다. 장기간에 걸친 수사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즉시 바로잡지 못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찰이 검사나 검찰청 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지체 없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조항도 범죄 혐의의 적정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청구할 경우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경의 ‘충성경쟁’ 우려 = 특히 합의문에는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제외돼 검찰과 경찰의 ‘충성경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간 수사기관들은 인사권을 쥔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입맛에 맞는 표적 수사, 정치 보복 수사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등 수사기관 책임자 인사에서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yom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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