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특별법 20년’ 토론회 발표 이서원 분노관리연구소장

“물건·주먹 등 폭력은 범죄로 인식
생활비 차단·행동 제약 두드러져”


1998년 가정폭력특별법이 시행된 뒤 가정에서 벌어지는 신체적 폭력은 크게 줄었으나 정서적 폭력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서원(사진)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은 26일 “지난 20년간 가정폭력 발생률은 34.0%에서 3.7%로 크게 감소했다”며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주최로 오는 29일 열리는 가정폭력특별법 시행 20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실시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선 부부 사이의 신체적 폭력 발생률은 34.0%로 세 가구당 한 가구꼴이었지만, 2013년 7.2%, 2016년 3.7%로 감소 추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소장은 가정폭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정서적 폭력 발생률은 2013년 36.1%, 2016년에도 12.5%를 기록하고 있다”며 “물건이나 손, 주먹으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과거의 폭력이 범죄시 되면서 언어적·정서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제적 폭력과 배우자의 행동을 제약하고 통제하는 행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가정폭력의 개념이 신체적 폭력으로 국한되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비신체적·언어적으로 가해지는 행위 역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정부는 가정폭력의 개념이 신체적 폭력에서 통제로 전환하고 있는 세계적 동향을 반영해 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00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상담을 받은 부부 가운데 117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담이 폭력 재발 방지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간 인식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상담 후 신체폭력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가해자의 88.9%(104명), 피해자의 69.2%(81명)로 나타났다. 무시나 모욕, 욕설 등의 언어폭력 재발 여부는 행위자의 48.7%(57명), 피해자의 31.6%(37명)가 재발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40대가 가장 많았고, 동거 기간은 10년 이상 20년 미만(30.8%)이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 가해자는 자영업(35.0%), 피해자는 전업주부(50.4%)가 가장 많았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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