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그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어요.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죠. ‘대규모 페미니즘 시위’ ‘미러링’이 시작되고 나서야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사회 구조가 문제입니다.”
변혜정(54·사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관심이 커진 페미니즘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주장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걸고 진행된 첫 시위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변 원장은 “시위 자체보다 여성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1980년대부터 여성인권 신장을 주장했고, 1990년대엔 ‘호주제 폐지운동’ ‘반(反)미스코리아’ ‘동일노동·동일임금’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번 시위에서도 근본적으로는 여성인권을 외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페미니즘’을 내걸고 모였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최근 페미니즘 시위의 특징을 ‘SNS’ ‘자발성’ ‘축제 같은 분위기’로 정리했다. 과거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주최 측의 연구나 여론 환기와 결집을 위해 사전에 마련된 전략을 토대로 시위가 진행된 반면, 요즘엔 20∼30대 여성들이 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마치 축제처럼 여성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엔 시위에 나갈 땐 많은 준비를 했죠. 그런데 요즘 여성들은 ‘혜화동에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합니다.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즐겁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미투(Me Too)’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 피해 사실에 대해선 무겁게 생각합니다. ‘더는 참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담겨있고요.”
변 원장은 여성 운동이 일부 남성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여성혐오’ ‘남성혐오’와 같은 성 대결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성별 문제를 떠나 당연스럽게 간주하던 관행을 지적하고 ‘잘못’이라고 말하면 누구든 반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처럼 수십 년 동안 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을 범죄라고 하니 기가 막히고 반발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안을 성 대결 구도로 파악해선 안 됩니다. 누구도 당연하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당연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해야겠죠. 지금에야 여성들의 시위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변 원장은 결국 이 같은 사회 변화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과제’는 정부기관과 언론의 몫임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여성들을 괜히 문제만 제기하는 ‘프로 불편러’라며 나무라는 분위기도 여전하다”며 “결국엔 정부기관과 언론이 장기적으로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하도록 시민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교육해 젠더 폭력 피해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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