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위원

“음악을 위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삶이 음악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처럼 살고 싶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42)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름 앞에 ‘고(古)음악계 최고의 디바’ ‘황금의 목소리’ ‘노래하는 작은 거인’ ‘아시아의 종달새’ 등으로 수식되는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내 커리어를 두고 누군지 ‘끼·깡·꿈’이라고 했던 말이 마음에 든다. 그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 훌륭한 무대를 만들 수 있다. 끼가 있다고 덜컥 달려들었다가는 꽃이 일찍 피고 빨리 질까 봐, 난 항상 신중했다. 쓴소리는 한마디도 듣기 싫은,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도 있다. 끼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늘 고민했는데, 깡으로 이어가다 보니, 그게 결국 꿈이 됐다.”

서울대 성악과 재학 중이던 1997년에 한국슈베르트협회·문화일보 공동 주최 콩쿠르 1등을 차지한 그는 이듬해에 졸업하면서 독일 카를스루에국립음대로 유학을 갔다. 그 이듬해에 벨기에에서 열린, 고(古)음악 거장(巨匠)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콘서트에 갑작스럽게 제안받은 ‘대타(代打) 소프라노’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불러보지 않았던 모차르트 ‘C단조 미사’의 단 한 번 리허설 후 무대에 올랐으나, 극찬을 받았다. 바로크음악 대가(大家)들의 협연 요청이 쇄도했다. 이런 과정을 두고, 그는 “고음악을 하게 된 운명이었다. 나는 바로크에게 가지 않았으나, 바로크가 나에게 왔다”고 한다. 또 다른 거장 르네 야콥스는 자서전에서 그를 이렇게도 묘사했다. ‘최고의 노래와 최고의 연기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매번 탁월한 역할 분석으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절묘한 연기를 펼치고, 특별한 영성(靈性)으로 큰 감동을 준다.’

임선혜는 “내 노래를 들은 사람이 앞으로 한동안은 행복하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성악가가 되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낀다”고 한다.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기쁨이나 위로로 다가갈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겐 더 큰 기쁨과 위로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에 거처를 두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로 유럽 데뷔 20년째다. 그 기념 공연의 일환으로, 오는 7월 6∼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야콥스가 지휘·연출하는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수잔나 역으로 나선다. 더 무르익은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일 듯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