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의 ‘2018년 미래교회 콘퍼런스’에서 지역사회에 소통하며 뿌리를 내리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이강덕, 최철호, 이도영 목사 등 목회자들이 방연상 연세대 교수(왼쪽부터)의 사회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신과대학 제공
지난 25일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의 ‘2018년 미래교회 콘퍼런스’에서 지역사회에 소통하며 뿌리를 내리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이강덕, 최철호, 이도영 목사 등 목회자들이 방연상 연세대 교수(왼쪽부터)의 사회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신과대학 제공

- 연세대 신과大·신학대학원 ‘미래 교회 콘퍼런스’

예수이름으로 심판·정죄 강조
교회 떠나는 사람 더 많아질것

소수자들과 함께했던 예수처럼
포용·환대하는 공동체 되어야

소명·순종·남녀위계 등 내세워
젊은 여성들 기독교서 멀어져


“예수는 사랑과 환대에 대해 가르쳤는데, 예수의 이름으로 심판과 혐오의 종교를 실천한다면 탈(脫)교회의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신학자와 인문학자, 목회자들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한 가운데 ‘탈교회 시대의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2018 미래 교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는 ‘가나안신도 200만 명’이 보여주는 ‘탈교회 시대’에 한국교회의 역할과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근래 한국사회는 ‘갑질’과 ‘미투(Me Too)’ ‘여혐’과 ‘남혐’, 예멘 난민 논란으로 드러난 ‘배제’, 성소수자 논란 등 혐오와 분노가 터질 듯하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대형화, 양극화, 물질중심화 돼 세상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탈교회·탈종교 시대, 교회의 존재 의미의 재구성:혐오의 종교에서 환대의 종교로’를 발표한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기독교 신자들이 ‘예수’와 ‘교회’를 종종 동일한 것으로 일치시키지만, 예수는 ‘제도화된 종교’ 자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제한다. 예수의 메시지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가치를 이루는 것은 타자에 대한 ‘환대’와 ‘사랑’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교회는 성직자 중심주의, 기독교 우월주의, 승리주의 등을 중심적 가치로 두면서 ‘조직 자체의 유지’가 주된 존재 의미로 자리 잡았다.

강 교수는 “예수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했고, 그들의 존엄성과 평등성, 그리고 그들에 대한 책임성을 지는 것이야말로 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화려한 건물과 ‘이기적 구원’ 등으로 점철된 구원클럽(Salvation Club)으로서의 교회는 ‘멤버십’ 유지 자체를 ‘예수 믿음’과 일치시키면서, 결국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배반하는 집단이 될 뿐이며, 탈교회의 현상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기에서 ‘예수로 돌아가는 것’이 요청된다”면서 “이는 상투화된 기독교 승리주의적 모토가 아니라 예수 메시지의 핵심, 즉 혐오와 정죄가 아닌 포용과 환대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결단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교회와 기독교는 탈교회·탈종교의 징후를 방어적 자세가 아니라,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는 ‘급변하는 성·젠더 문화와 선교적 교회’라는 발표에서 우리 사회에서 ‘분노’는 개인의 병리적 현상을 넘어 하나의 ‘제도적 감정’이 됐다며, 특히 근래 ‘메갈리아’와 ‘워마드’ ‘불꽃페미액션’ 등으로 상징되는, 젊은 여성들 사이의 남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분석했다. 현대의 한국 여성은 성평등적 환경에서 자랐지만, 사회의 인식이나 제도에서 여성 비하는 여전히 강고하다. 게다가 유사 이래 처음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하고 ‘각자도생’의 힘겨운 삶을 살게 된 ‘젊은이’면서 ‘여성’이라는 두 가지 불리함을 가진 여성 집단은 이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할 지경이다. 여기에서 한국 교회 역시 여전히 가정에서의 ‘소명’과 남편에의 ‘순종’ 등 성서의 남녀위계를 강조하고,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에 대해 등을 돌린다.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요한 이유다. 백 교수는 “소박한 꿈조차 꾸기 힘든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이웃의 친구’ ‘선한 사마리아인’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는 “사람을 쓰고 효용가치가 없으면 버리는 이 ‘반(反) 하나님적 시스템’에 대해 교회가 ‘정의로운 분노’로 청년들 편에서 함께 해야 하며, 가부장제적 사고를 벗고 서로 마주 보고 서로를 돕는 ‘짝-공동체’의 가능성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선교적 교회’를 실천하고 있는 이강덕(제천세인교회), 이도영(더불어숲동산교회), 최철호(밝은누리공동체) 목사 등 3명이 목회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를 전달해 큰 호응을 받았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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