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표팀 눈물의 인터뷰
주장완장 찬 울보 손흥민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실수 비난 쏟아졌던 장현수
“동료들에 미안하고 고마워”
김영권·조현우·정우영 등
“국민들께 희망 드려 뿌듯”
투혼승리후 모두 얼싸안아
그동안의 마음고생 털어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연출했다. 자랑스러운 국가대표들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이 2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월드컵은 물론 세계 축구사에 남을 대이변을 연출했다.
대표팀은 승리가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서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닭똥같이 흐르는 눈물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 2차전에서 부진에 빠져 2연패를 당했고 이로 인해 언론,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외국의 한 베팅업체가 한국의 2-0 승리보다 독일의 7-0 승리 확률이 더 높다며 ‘조롱’했지만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2연패를 장담하던 독일을 꺾으면서 신뢰를 되찾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면서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은 똘똘 뭉쳐 월드컵 역대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욕받이’로 불린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뽐냈고 독일을 상대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갓영권’이란 칭찬세례를 받고 있다. 한껏 눈물을 쏟아낸 뒤 인터뷰에 응한 김영권은 “4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비난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 그것을 계기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 2차전에서 페널티킥의 빌미를 제공해 수위를 넘은 인신공격까지 당했던 장현수(FC 도쿄)는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마음고생을 떨쳐 버렸다. 장현수는 “심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팀원,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다”며 “1, 2차전이 끝나고 인터넷을 전혀 보지 않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장현수는 “선수들이 다 있을 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마지막 경기는 이 악물고 뛰겠다’고 말했는데 형들이 ‘너 때문에 진 거 아니다’라고 격려했다”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종아리를 다친 기성용(스완지시티) 대신 주장 완장을 찬 ‘울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이날도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 자라며 꿈을 키운 독일을 상대로 경기하는 게 인생의 꿈이었고, 이기는 게 소원이었다”면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부담감을 서로 나눠 가져 동료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독일전은 주장으로 나섰기에 짐이 더 컸다. 손흥민은 “(기)성용이 형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했고 동료들의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최고의 선방을 펼치며 경기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조현우(대구 FC) 역시 “다른 선수가 나왔어도 잘 막았을 것”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조현우는 “힘들었을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일부 네티즌은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과 가족들에게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을 달았고, 조현우의 아내는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 700여 개를 삭제하기도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국민’ ‘희망’을 이야기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했다. 김영권은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뿌듯하다”, 정우영(빗셀 고베)은 “국민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종료까지도 같은 시간 열린 스웨덴-멕시코전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 정우영은 “멕시코가 스웨덴에 대패할지 몰랐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고 우리가 16강에 진출한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카잔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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