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州 ‘캐피털 가제트’紙
백인남성, 장총 난사 5명 사망
용의자 책상 밑 숨어있다 체포
트위터에 칼럼니스트 사진 등

진보논조 가제트 “협박 받았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지역일간지 캐피털 가제트 편집국 사무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기사에 불만을 갖고 신문사 기자들을 노린 계획적인 표적 테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8일 CNN 등은 이날 오후 한 백인 남성이 신문사 편집국에 장총을 들고 들어와 총을 난사해 5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상당수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출동해 건물을 봉쇄하고 내부에 있던 170여 명을 대피시켰다. 용의자는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현장에서는 용의자가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폭발 물질도 발견됐다. 캐피털 가제트의 기자인 필 데이비스는 트위터를 통해 “책상 밑에 숨어 있으며 누군가 총에 맞았다는 비명과 범인이 총을 재장전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끔찍했다”고 술회했다.

사망자 5명이 모두 언론인이라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선 최악의 기자 테러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기자보호위원회는 “기자들을 향한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경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사회는 이번 사건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폭력’일 경우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재의 분열과 대립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사례로 보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 않고 “가짜뉴스” “망해가는 언론”이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NBC방송은 사법당국을 인용해 범인이 38세의 재러드 워런 라모스라고 보도했다. 라모스는 6년 전인 지난 2012년 캐피털 가제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판사에 의해 기각당한 적이 있다. 라모스의 트위터 계정에는 캐피탈 가제트의 칼럼니스트인 에릭 하틀리의 아바타 사진이 올려져 있었고, 전 편집장 겸 발행인 토머스 마쿼다트 등의 사진도 있다고 볼티모어 선은 전했다.

진보적 논조를 가진 민주당계 신문인 캐피털 가제트는 “28일을 포함해 최근 SNS 등을 통해 많은 협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캐피털 가제트는 인터넷판 뉴스를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29일자 신문도 정상 발행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고 기도한다”고 언급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번 비극으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캐피털 가제트=1727년 영국인 윌리엄 파크가 설립한 유서 깊은 신문사로 창간 당시 이름은 메릴랜드 가제트였다. 1776년 발표된 미국 독립선언문이 게재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메릴랜드주 유력지인 볼티모어 선 등을 보유한 트롱크가 모회사다. 일간지 구독자는 6만7000명, 주말판 구독자는 8만3000명에 달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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