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 경제학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주관할 경제수석과 문재인 정부 최고의 경제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을 담당할 일자리수석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새 경제수석은 오랫동안 경제 관료로서의 연륜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의 국제적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 말 현재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일시적인 침체 국면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국제 경쟁력의 상대적 저하와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매우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집중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 기대하는 목표와는 매우 다른 실상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는 8년 만에 최저수준인 7만 명대로 추락한 상태에서, 청년실업률은 10%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에서 절대적 비중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산업의 폭이 더욱 좁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우리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147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정책 당국의 선택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국내외적인 현상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 낳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경제 현실보다 더 우려스러운 일이 있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 간에 당면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돼야 할 경제부총리의 의견은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부총리와 의견을 조율해야 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다른 의견이 더 크게 들리는 현실을 국민은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책의 혼선과 지연은 기업과 가계의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고용 문제 해결에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과다한 재정 지출을 주문하는 정치권의 요구가 이런 우려를 더욱 더 가중시키고 있다.

신임 경제수석은 거시경제의 흐름과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정책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제정책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용적 성장(成長)’을 위한 정책이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적 고용’을 통해 이뤄지게 되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과 노동의 혁신이 필요하고, 정책의 효과도 성급하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산적 고용’은 재정의 확대를 통한 고용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提高)를 통한 고용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산업의 경쟁력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 해결과 더불어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 필요한 일관된 정책을 통해 경제의 유연성과 정책 선택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경제부총리와 새 경제수석을 주축으로 한 경제팀은 경제 원리에 입각해서 합의된 틀을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으로써 달성하고 싶어하는 목표에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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