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경제·문화 교류 이후
군사분야 따라가야 하는데
軍내부에서 속도조절 해야”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비무장지대(DMZ) 인근 군부대 시설 신축공사 보류에 이어 국산 무기 개발 사업까지 중단·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가서는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빈틈이 없어야 할 국가안보 체계를 단지 비핵화의 선제 조치로 ‘무장 해제’하듯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산 무기 개발 사업의 중단·축소에 대해 “국가안보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 구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군비 통제는 상호 신뢰 구축이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라며 “현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외교, 경제, 체육, 문화 분야의 교류가 충분히 진전된 다음 군사 분야가 뒤따라가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경중, 완급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현재 비핵화는 천천히 가고 평화 프로세스는 빨리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군의 이 같은 선제 조치가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이런 식으로 첨단 군사 역량을 모두 차단하면 통일이 되든 평화가 정착되든 한국의 국방력은 주변국과 비교해서 절대 열세에 놓이게 된다”고도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또한 “우리가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고 억제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여부도 모르는 시점에서 우리 국방력 강화 노력을 스스로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토론 과정 없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원장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더라도 군사적 문제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며 “군 내부에 속도 조절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기관 연구원도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서 ‘무장 해제’하는 것은 안보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사병과 장교들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군만 앞서가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한 또한 속도를 맞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민환·김영주·김유진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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