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원활한 남북 경협을 위해선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원활한 남북 경협을 위해선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인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소득 불평등 속 저소득층 보조
포괄적 성장 개념 채택에 동의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맞아
경험적 입증 안됐다는 게 문제”

“금융·무역분야 목표 없다는 게
現 정부 국정과제 가장 큰 문제
정부는 성장동력 만들게 아니라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집중해야”

“1987년 이후 경제 구조적 변화
하지만 시스템은 1970년대 式
수십년간 굳어진 프로세스에서
보수든 진보든 이미 기득권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보다는 노동,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현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여성으로 첫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인실(62)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를 2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났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낭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이 교수의 상황 인식과 전망은 그의 음색과 달리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좀 더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그의 분석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허점을 마구 찌르고 있었다.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 혹은 현 수석부회장으로서 보수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을 아울러야 한다는 정치적 균형감, 한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 여부를 논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생각,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도입한 ‘선한’ 경제 정책이 오히려 상황을 안 좋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정 등이 인터뷰하는 동안 이 교수 내면에서 미세하게 충돌하는 듯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학자의 머릿속에는 성장 함수가 있다. 자본이나 노동 같은 생산요소를 넣어 생산을 하는데 만일 기술이 좋으면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장표 청와대 비서실 경제수석이 경제발전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떨어지고 있으니 근로자들에게 수익을 몰아주면 수익이 적어진 자본가들이 더 노력해서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생산은 넘치는데 수요가 부족하지 않은가. 한계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에 좀 더 많은 소득을 분배하면 소비와 수요가 늘고 결과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신케인스 학파에서 이와 유사한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보조를 늘리는 이른바 포괄적인 성장 개념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나를 포함한 대다수 경제학자가 동의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방향은 맞는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험적으로 입증이 거의 안 됐다는 점이다. 충분한 분석을 거쳐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는다. 저소득층에 수익을 몰아주려다 보니 이 정부가 택한 것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다. 결국 소득주도 성장이 우리나라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체화한 셈이다. 대선 당시 약속한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국가 자원을 최저임금 인상 쪽에 너무 몰아넣은 것은 이 정부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체력을 너무 소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통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 발표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업률 증가 등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반영된 통계들이 속속 나오니 청와대 경제 파트에서 이를 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한 통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가구별로 만든 데이터를 개인별 데이터로 바꾸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행한 것이다. 자영업자가 제외된 것도 곤란했다. 중앙 경제부처 과장만 돼도 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정치적 목적이 앞서다 보니 이 같은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교체되지 않았나.

“문책성 인사가 아닐까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바탕이 되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경제정책을 현실화하는 실행력도 중요하다.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가 새롭게 경제수석에 취임한 것은 경제정책 실행력 제고 면에서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데 경제 전반에 대해 해박하고 실행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꼼꼼히 따져가며 정책을 수행해 나간다면 이전에 비해 보다 현실적인 경제정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아직 정부 출범 1년밖에 안 됐다. 5년 단임제다 보니 지금까지 정부들이 2년 열심히 하고 3년 그냥 흘려 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평가는 유보하고 싶다. 막 시작하는 단계부터 잘못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경제학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 누가 봐도 안 좋다고 하는 정책은 과감히 버리는 모습도 이 정부는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최근 꼼꼼히 검토한 적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과 무역 분야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중후장대한 제조업은 현상유지만 해도 고맙다. 10∼15년 법률, 교육, 관광, 교육 등 고부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금융은 그중에서 으뜸이다. 머리 좋은 아이들이 그쪽으로 많이 갔으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나. 정부는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돈 써서 하는 게 가장 하수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한국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나.

“지금은 1930년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해 전 세계로 퍼졌다.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됐고 전후 부흥을 거쳐 1960년대 무역에 있어서 가장 관대한 시기에 이르렀다. 공정무역? 그런 것은 애초에 없다. 무역시장은 항상 전쟁터일 수밖에 없다. 이번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도 맹점을 드러냈다. 미국은 외교·안보, 환율 그리고 철강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기획재정부는 기획재정부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자원부대로, 외교·안보 파트는 외교·안보 파트대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래선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보면서 경제 분야를 통합적으로 보고 관리할 수 있는 정부 내 컨트롤 타워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했다. 그런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의 기를 죽여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나.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하는 집단이다. 물론 기업 활동도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기업인들에게 도덕군자를 요구해선 안 된다. 기업이 할 일이 있고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또 시민단체가 할 일이 있다. 정부는 기업이 자신의 업, 즉 돈 버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 둬야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1987년 이후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시스템을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 몸은 뚱뚱해졌는데 옛날 옷을 입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2차 산업혁명의 끝물에 올라타 성공을 거뒀다. 폴 크루그먼 같은 학자는 한국 경제가 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이었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지만 당시 상황에서 보면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같은 획기적인 시스템 개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당시와 비교했을 때 노동시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외환위기 직전 김영삼 대통령이 날치기 통과시켰던 노동법 이후 노동시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타인의 힘에 의해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치 금융의 잔재는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 정책을 봐도 구태의연하다. 청와대에서 지시를 해도 관료들은 감사원이 무서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과거에 시도해서 큰 무리가 없는 정책만 올리고 청와대는 이를 바탕으로 각종 정책을 세운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료들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수십 년간 굳어진 프로세스상 자신들의 행동이 맞는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득권화가 된 것이다.”

―진보 정권이 들어선 뒤 내놓은 정책은 과거 보수 정권이 내놓은 정책과 다소 차이가 있지 않나.

“그런 측면도 있지만 실상 정부에서 내놓는 것을 보면 과거의 것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에선 방향을 정하고 관료들은 그에 맞게 세부 정책을 만드는데 관료뿐 아니라 청와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 역시 이제 기득권화돼 있다. 386 때만 해도 신선한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 정부의 강력한 지지자인 대기업 근로자 역시 기득권화돼 있다. 이들이 받는 급여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는 급여를 비교해보라. 적폐 청산이라는 슬로건 역시 문제가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단죄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시스템 개혁에 나선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국 경제학자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내년부터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는데 어떻게 이끌어나갈 생각인가.

“정책 수행을 위한 실증 연구가 부족한데 경제학자들이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를 예를 들어보자. 최근 한 논문에서 SSM과 골목 상권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SSM이 특정 지역에 진입하게 되면 과연 지역 상권이 죽을까. 지역 상권이 죽는다고 난리 치지만 실제 분석을 해보니 지역 상권이 일부 죽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어정쩡한 곳은 죽지만 특색 있는 곳들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SSM 고용은 증가했고 소비자 후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종류의 연구는 실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한국경제학회를 이끌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실증 연구를 강조할 생각이다.”

이 교수는 경기여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 1세대 경제학자로 하나금융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근무했고 2003년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을 지냈다. 또 2009년 첫 민간 출신, 첫 여성 통계청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 서강대에서 재직 중이다.

인터뷰=유회경 차장(경제산업부)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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