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外 구제수단 없어

강모(여·26)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한 모바일 앱에서 누군가 강 씨의 사진을 도용해 방송하고 있었던 일과 무관치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강 씨는 앱 운영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경찰서를 찾아갔더니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강 씨는 3일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에서 약까지 처방받았다”며 “사진을 도용한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보편화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패놉티콘(Panopticon·감시 목적으로 고안된 원형감옥)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도 몰래 인터넷 어딘가에 ‘프로필’과 사진이 떠 있고, 피해자는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의 감시 때문에 감옥에 있는 기분”이라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모(여·39) 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홍보하는 카카오톡 계정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민사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이 씨는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걸고 불법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프랑스에 유학 중인 김사현(26) 씨는 “누군가 나와 프랑스인 여자친구의 사진을 도용해 SNS 계정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SNS의 특성상 피해자는 도용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설령 피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명예훼손 등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소송 외에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사건이 아니라면 단순 사진 도용만으로는 처벌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계정을 정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6년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동의를 받지 않고 SNS 상에서 사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것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아직도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사진이나 명의가 도용됐을 때 성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성폭력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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