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남 고성 현장

장대비 속에도 40여명 달려가
어르신 가구에 도배·장판까지

“고령화로 일손 구하기 어려워
출향인·기업인 적극 동참을”


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 우리나라 남부지방에는 장맛비와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 빗속을 뚫고 고향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달려간 이들이 있다. 농협중앙회의 허식 부회장과 농협의 경남 고성군 향우회원, 경남농협 및 고성군지부, 새고성농협 관계자 등 40여 명은 이날 경남 고성군 상리면 동산마을을 찾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행사를 펼쳤다.

이 마을은 60여 가구 80여 명의 주민으로 구성돼 있지만, 3분의 1이 독거 어르신 가구로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게 없다. 또 어르신들도 80을 넘긴 나잇대가 대부분이어서, 50대만 돼도 젊은이 축에 든다고 한다.

이들은 우선 마을에 조성된 코스모스 꽃밭의 잡초부터 뽑았다. 땅은 질퍽질퍽하고, 비는 계속해서 쏟아졌지만, 이들의 손길이 지나간 곳에는 코스모스 꽃밭 본연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같은 시간, 다른 참석자들은 마을회관 한편에 마련된 화단에 기념식수를 한 뒤 꽃잔디, 송엽국 등 꽃동산을 조성하는 데 나섰다. 반듯하게 심기 위해 모심을 때 쓰는 못줄(장줄)을 동원해 꽃동산을 넓혀 나갔다. “나중에 점수 다 매길 겁니다. 누가 예쁘게 심었는지…” “가로줄은 되는데 세로줄이 없어서 아쉽네” 등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경쾌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경남 고성군 상리면 동산마을 마을회관 한편에서 양진석(왼쪽부터) 농협 고성군지부장, 채권석 전 농협중앙회 감사국장, 허식 부회장, 구봉현 전 경남본부장, 곽근영 새고성농협조합장, 강재환 재경고성향우회장이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지난달 30일 경남 고성군 상리면 동산마을 마을회관 한편에서 양진석(왼쪽부터) 농협 고성군지부장, 채권석 전 농협중앙회 감사국장, 허식 부회장, 구봉현 전 경남본부장, 곽근영 새고성농협조합장, 강재환 재경고성향우회장이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마을 이장 권은자(여·55) 씨는 마을 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어떤 어르신은 생선 하나 사오다가 저와 맞닥뜨려서는 ‘내, 이장 만날 줄 알았으면 개발(바지락의 경상도 방언) 좀 사다 줄걸, 무거워서 생선 하나만 들고 왔다’며 미안해하시는, 인심이 넉넉한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했다. 작은 체구에 여려 보이는 권 이장은 34년 전 이 마을로 시집왔고, 6년 전부터 이장을 맡고 있단다. 권 이장의 마을 자랑이 이어진다. “저희 마을은 1주일에 5일 정도는 마을회관에 모여서 다 같이 식사해요. 주로 어르신들이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외롭지 않게 지낸답니다. 저는 마을을 꽃으로 가꿔나가는 중이에요. 돌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살려 꽃이나 넝쿨과 조화를 이루게 하지요.” 그의 말대로 마을은 가는 곳마다 꽃 대궐이었다.

마을을 지나거나 머물다 가는 이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제발 페트병 같은 쓰레기 좀 버리고 가지 마세요. 저희는 농사일도 바쁜데, 논밭과 마을 곳곳에서 그거(쓰레기) 치우느라 힘이 듭니다. 어떤 분은 주유소 근처에 부모님이 싸준 걸로 보이는 음식도 놓고 갔더랍니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해요. 부모님과 시골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허 부회장 등 참석자들은 또 미리 그려놓은 담벼락 스케치 위에 페인트칠로 마을벽화를 그려나갔다. 밑작업을 한 이현석 화가는 “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따라 장미와 매화 위주의 밑그림을 그렸다”면서 “서울에서 내려와 고향의 벽화를 함께 그리는 모습을 보니, 저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세 가구의 도배·장판 교체작업을 마친 곽근영 새고성농협 조합장은 “고령화로 옛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과 문화활동, 의료시설, 위급상황 대처 등이 아쉽다”며 “경치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향 분들이 손수 오셔서 함께 해 주시니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함께 치른 농협 직원 류정훈(50) 씨는 “특히 이곳은 고향이자 초임 때 근무하던 곳이어서, 농협 직원으로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농협의 존립가치를 깨치는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마친 뒤 허 부회장은 “농협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고향이나 연고 지역을 방문해 일손도 도와드리고 환경도 개선하고 경관도 관리해 주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행사를 마련했다”며 “지금 농촌은 고령화로 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출향인, 기업인들이 고향 마을 가꾸기 행사에도 적극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 =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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