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출범한 민선 제7기 지방자치단체는 대구·경북(자유한국당)과 제주도(무소속)를 제외한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와 교육감 선거는 물론, 대다수 기초단체도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 시·도지사와 군수 및 구청장으로 채워졌다. 지방의회도 전국 평균 70%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여당인 민주당이 차지했고, 심지어 서울과 경기는 90%를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는 여당으로서 축하받을 일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많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자치단체장들이 일단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제시했던 모든 공약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당선인 입장에서는 공약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득표를 위해 깊은 생각 없이 무리하게 내세운 공약까지 모두 지키려 한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거나 빚더미에 오를 가능성이 짙다.
당장 부산시 오거돈 시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제기됐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나서서 이를 재추진하자고 하면서 대구·경북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뿐인가?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등 각종 복지공약이나 포퓰리즘적 대형 건설사업들도 지방재정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내세운 것이 아니어서 이런저런 공약들을 무조건 지키겠다고 나선다면 4년 후 막대한 빚더미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는 지방분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공약이라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옥석을 가려 추진해야 한다.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지방권력이 교체된 자치단체가 많다. 지방권력이 교체된 지역에서는 단체장들이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적폐청산을 지방 수준에서 추진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지방권력을 공고히 하고 자신에 대한 지역의 지지를 더욱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난 정권에서 추진해 온 다수 정책을 취소하거나 뒤집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자초하는 원인이 돼 그 피해가 지역주민에게 미칠 우려가 있다. 단체장들이 과거지향적 적폐청산에 과도한 관심을 쏟을 경우, 수많은 지역의 문제들과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갈등 속에 표류할 우려도 있다.
일부 광역단체장의 경우 잠재적 대권(大權)후보라는 인식 속에 지방 수준을 넘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들을 무분별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지역 주민은 물론, 단체장 본인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를 국민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단체장이 때마침 닥친 태풍과 장마의 피해를 우려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본부에서 단체장으로서의 첫 일과를 시작했다. 그들이 취임식마저 취소하며 재난 업무를 챙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의 행복을 위한 결정일 것이다. 단체장들의 그러한 행보가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의 행복을 위한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믿고 싶다.
민선 7기의 지방자치 출범을 축하하면서 부디 모든 단체장과 의원들이 주민을 위한 초심을 잃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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