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회의에 불참했던 근로자 위원 9명 중 한국노총 추천 위원들이 복귀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銀·기업銀 논의 지지부진 민주노총 참여뒤“자회사 반대” 은행“직접고용은 예산 모자라”
정부, 가이드라인 제시했지만 세부적인 기준 없어 혼란 야기 12월까지 전환 방식 결정해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라 금융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성노조의 반발과 어설픈 가이드라인(지침)으로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예산지원도 없이 정규직화를 압박하고 있어 신규채용 부담까지 안고 있는 금융 공공기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최근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던 용역업체 ‘두레 비즈’ 직원에 대한 정규직 논의가 수포로 돌아갔다.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화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최근 협상위원회에 민주노총 산하 공공 운수노조 관계자가 참여하면서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식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정규직과의 임금 체계와 복지 처우가 달라 파견직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은 심지어 자회사와 직접고용 등 여러 방식의 장점만을 뽑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측에선 자회사 설립방식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계획이었지만 경비, 시설 등을 담당한 파견·용역직 근로자들이 자회사 방식을 거부하고 나섰다.
은행 측은 은행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2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기에는 예산과 조직관리에 무리가 간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노조에서는 직접고용 및 기존 정규직과 같은 임금 및 복지 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회사 방식을 놓고 갈등이 커지면서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방식 등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방식 가이드라인을 직접고용, 자회사, 사회적 기업 등의 전환방식을 선택하게 하면서 기관 간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일부 공공기관이 직접고용 방식을 선택하면서 후발 공공기관들이 직접고용 압박을 받는 것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예산이 늘어야 하는데 정부가 전혀 예산을 주지도 않고 전환하라고만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지는 다양하게 줬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자회사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지만, 정작 관련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회사 형태나 운영에 대한 방침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자회사의 비정규직 전환방식은 올해 12월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세부안이 없어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비정규직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