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견 강한 캐릭터 각광 할말 하고 잘못된건 대들고 재벌2세 구애받고도 “싫다” ‘편견속 마이웨이’여성 대변
‘민폐 여주’라는 표현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 분별없는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켜 민폐를 끼치는 여자 주인공을 의미한다. 이때 통상 대단한 재력이나 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신데렐라 드라마’의 뻔한 공식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하고 남녀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보편화되며 드라마 속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여자 주인공이 ‘서브’(sub) 취급을 받던 드라마가 각광받던 시기는 지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 ‘미스 함무라비’의 여성 신참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이 대표적이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는 부장판사에게 “굳이 개떡 같이 말해 놓고는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라고 되묻는다. 피고와 원고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불판 사건’ 조정 과정에서는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는 부장판사의 말에 “오십 보와 백 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죠? 티끌 하나 없어야 잘못을 물을 수 있나요?”라며 양측이 모두 승복할 만한 합의를 도출해냈다.
고아라는 이 판결을 다룬 장면을 촬영하는 도중 당사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직 판사이자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인 문유석 판사는 “고아라가 갖고 있는 밝고, 때론 능청맞은 매력을 박차오름 캐릭터에 덧칠하는 방향으로 대본을 수정했다”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고아라를 보며 난감해하던 감독이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힘든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또한 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는 모습 그대로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고 이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케이블채널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또 다른 질감의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 여성 비서 김미소(박민영)가 9년간 모신 재벌 2세에게 구애를 받는다는 판타지적 설정 속에서 김미소는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가 되기보다는 “저도 이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한 남자랑 아이 낳고 도란도란 살고 싶다”며 ‘마이웨이’를 택한다.
배우 박민영이 연기하는 김미소는 갑을 관계 속에서도 원치 않는 요청에 “싫다”고 당당히 거절하는 인물이다.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쉽게 행하지 못하는 거절의 기술을 발휘하는 김미소는 대리만족을 준다. 다만 향후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며 ‘재벌남-서민녀’의 사랑이라는 기존 신데렐라 드라마 코드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 갈지 관심사다.
이 외에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죽인 여성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늘어놓으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판사에게 주먹을 날려 변호사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로펌 사무장으로 일하는 tvN ‘무법 변호사’의 하재이(서예지),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센스 있게 일을 처리하는 KBS 2TV ‘당신의 하우스 헬퍼’ 속 늦깎이 인턴 임다영(보나) 등도 갖은 편견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꿋꿋이 제 길을 가는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