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최인철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굿 라이프’

행복은 만점도 경쟁도 없는데
한국인들 조건 갖추려 안간힘
현재 여건보다 만족도 낮은 건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

말 그대로 ‘우연하게 오는 복’
심리적 기술만 추구하기보다
일상서 더 즐겁고 더 충만하게
삶의 방식 바꾸려는 노력 필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프레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베스트셀러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사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행복을 다각도로 살피고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해 조언한 ‘굿 라이프’(21세기북스)를 내놨다. 행복을 말하면서도 최 교수는 ‘행복’이라는 말 대신 행복을 넘어서는 ‘굿 라이프’를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삶’의 핵심은 ‘균형’이다. 재미와 의미, 순간적 기쁨과 삶의 긴 만족, 현재와 미래, 자기 행복과 타인의 행복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삶이다.

한국인은 유난히 행복에 대해 자신이 없다. 행복지수·삶의 만족도는 최하위라는 곳에서 사람들은 행복해지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자기 행복을 의심한다. 행복에 대한 여러 질문을 들고 저자를 만났다. 그는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초·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행복을 교육하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은 만점이 없고 경쟁도 무의미하다. 다른 나라와 행복점수를 비교하기보다 우리가 가진 조건보다 행복감이 낮은 이유가 뭘까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객관적 조건보다 행복감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쁘다 보니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은 물론 자신에게 내줄 시간도 적고, 비물질적 가치를 추구할 시간도 부족하다.”

―‘행복’에 너무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더 불행한 것 아닌가.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다고 오해해 이미 충분히 즐겁고 호기심이 충만하고 삶의 고요를 누리면서도 불안해한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어떤 오해인가.

“우연과 복이라는 낱말의 조합인 행복(幸福)은 행복의 본질이 아니라 행복을 경험하는 사건의 특성을 칭한다. 이대로 풀면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다. 우리뿐 아니라 30개국 사전을 분석해 보니 24개국 사전에 행복은 운 좋게 찾아오는 것으로 돼 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고 우리의 삶이 통제 밖에 있었던 인류 초기에 은총으로, 운으로 무사히 살아남는 것이 행복이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행복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해 일상적인 충만함을 행복으로 생각하지 않고, 성공을 포기해야 찾아온다고 오해해 행복을 추구하는 데 주저하고, 도덕이나 윤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 타인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 또 마음의 문제로 생각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행복은 마음에 달린 것 아닌가.

“우리는 지나치게 행복의 심리적 기술만 강조한다. 행복이 전적으로 마음에 있다고 가정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미움받을 용기, 신경 쓰지 않는 기술을 배우려 한다. 애초부터 부정적인 사건과 경험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사건과 경험은 늘리는 환경주의자의 기술에는 무관심하다. 마음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뒤에 사용하는 소극적인 사후 처리 기술이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살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서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분석하고 배우려는 시도가 우선돼야 한다.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구조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행복을 떼어내 생각하라고 했다. “행복은 매우 다양하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버리는 대신 영감을 느끼고, 좀 더 즐겁고, 좀 더 고요하고, 좀 더 충만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면 된다. 행복이라는 말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삶과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고 했다. “행복은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는 그는 좋아하는 일, 해야 할 일, 잘하는 일 사이의 고민도 그렇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결국 잘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이 개발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실패하고 오래 하다 보면 점점 좋아지는 것도 있다.”

―행복을 연구해서 행복해졌나.

“행복해졌다. 그전까지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전형적인 학자이자 교수였지만 행복연구센터를 시작한 뒤 교사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을 교육하며 그전에 하지 않았던 의미 있는 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한 번 진화했다.”

행복연구센터는 2010년 설립된 이후, 2565개 학교에서 110만 명이 넘는 학생에게 행복 교육을 실시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굿라이프’를 위해 제안한 몇 가지 방법을 전한다. △비교하지 않는다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비움으로 채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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