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관련 엇박자 ‘재발’
지속땐 정부 정책신뢰에 타격
기재부“금융소득 과세 강화땐
시중 자금 부동산 쏠림 심화
종부세 증세안과 정반대 효과”
‘노무현 정부의 위원회 망국론(亡國論) 재연되나.’
5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권고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를 ‘세제(稅制)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면서 두 기관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산하의 수많은 위원회가 정부 공식 입장도 아닌 권고안을 쏟아내면서 정부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노무현 정부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특위는 지난 3일 ‘(2018년)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인하하라”고 밝혔다. 재정특위의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기 때문에 국민이 ‘정부 안’처럼 받아들이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둘러싸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면으로 충돌한 데 이어 발생한 ‘정책 엇박자 2탄’인 셈이다.
기재부는 재정특위가 권고안을 내놓기 전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는 공청회도 하지 않았고, 내부 논의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고안에 포함되면 엄청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금 문제를 공론화 과정 한번 거치지 않고, 주무 부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 채 발표한 것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재정특위 발표 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인하되는 게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자금 시장의 흐름을 보면, 금리가 낮아서 돈이 금융 자산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강화하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으로 돈을 유도하는, 효과가 정반대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는 정부가 오는 7월 말 발표할 예정인 ‘2019년 세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정특위가 권고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에 적용하는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특례 폐지를 포함한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안 등도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도 기재부 입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재부가 밝힌 입장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만든 권고안이지만, 최종적인 정책 반영 여부는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멀쩡한 정부 부처를 놔두고 실무 경험도 부족한 민간인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무현 정부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위원회 공화국’을 만들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정부 부처의 의견을 존중해서 국정을 운영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혼란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해동·김병채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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