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해명 바로 반박
판사들 “폐기 합당한지 의문”
일부선 “金자료 담겼나”의혹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촉구한 ‘소장 판사’와 이를 만류했던 ‘중견 판사’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약 2주간 고심 끝에 검찰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실물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수도권 A 판사는 지난 3일 법원 내부망에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저장 데이터 삭제 기술)과 같이 중요한 문제를 현 대법원장님과 당시 김소영 행정처 처장님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대법원장실에서 (자체적으로) 전산직원에게 폐기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는 뜻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29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차성안 판사도 디가우징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주목할 대목은 글이 올라온 시점이다. A 판사는 김창보 행정처 차장이 해명성 입장문을 올린 직후 반박을 가했다. 그는 “김창보 차장님은 ‘개별 하드디스크의 교체나 폐기 등에는 별도의 결재 절차가 없기 때문에 현 대법원장님이나 김소영 전 처장님은 디가우징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이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하셨는데, 전산직원은 2017년 10월 31일자로 대법원장실에 폐기 여부를 최종 확인받았다고 했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하는 데 김 대법원장이 관여한 바는 없고, 이번 주 내로 검찰과 하드디스크 실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취지의 김창보 차장의 해명글에 대한 응답이었다. A 판사는 “법관의 합의사항을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되는 문제 때문이라면 이제 하급심 판사들도 인사이동하거나 퇴임할 때 자기 PC를 디가우징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또 아무리 규정과 절차를 따랐더라도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던 시점에 ‘폐기’가 합당한지 ‘증거보존 조치’가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소장 판사들이나 중견급 이상 판사들 양측 모두가 김 대법원장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양상”이라는 지적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검찰 고발을 촉구한 측으로부터는 ‘수사 협조가 안일하다’는 비판을, 반대했던 측으로부터는 ‘결국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하드디스크 폐기를 방조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 본인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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