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아사히(朝日) 신문 기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지난해 ‘퇴사하겠습니다’로 ‘퇴사 신드롬’을 일으킨 인물이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이 곧 좋은 삶이 아니며,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삶을 꾸려가는 그의 선택에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호기심이 쏟아졌다. 그의 퇴사는 전사(前史)가 있었다. 2011년 신문사 편집국에서 TV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지켜보던 그는 개인적 차원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며 ‘전기 안 쓰기’를 시작했다. 세탁기,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차례로 버렸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해 나갔다. 없어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삶이 더 풍요로워지자 직장도 정리했다. 이번 주에 나온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엘리)는 그가 퇴직하고 1년 뒤 쓴, 말 그대로 그의 먹고사는 이야기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기사 한 건을 제대로 건지지 못해도, 핏대 세우며 상사와 싸운 달에도 월급날이면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던 기적이 끝난 것이다. 다들 “왜 그만뒀냐”며 물을 때마다 그는 “아깝다니요. 돈보다 시간을 택했어요”라고 큰소리쳤지만 솔직히 불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1년이 지났지만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은 평온하고 자유로워졌다. 물론 퇴직금이라는 목돈이 버팀목이 됐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을 생각하면 많은 돈도 아니었다. ‘이유가 뭐지’라고 생각해 보니 바로 요리였다.
냉장고도 없는 작은 집에서 그의 밥상은 소박해졌다. 밥, 된장국, 채소 절임이 전부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제철 재료의 소박한 밥상이 그리워 집으로 뛰어가게 됐다. 그런 자신에게 그는 질문을 던졌다. “대체 인생이 뭘까.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애를 쓴 걸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그것들이 비싼 돈을 들여야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말한다. “내 입에 밥을 넣는 일, 먹고사는 일, 어쩌면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지 모른다. 다들 이 가혹한 세상을 즐겁게 헤쳐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건 모두 착각인지 모른다. 인생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268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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