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학 / 김인환 지음 / 수류산방

문학평론가인 김인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새 에세이 모음집이다. 총 8편의 에세이와 1편의 영문 에세이가 담겼다. 김 교수는 같은 대학 불문과에서 함께 강단에 섰던 황현산 명예교수가 “내가 아는 것의 반은 김인환에게 배웠다”고 했을 만큼, 문학을 넘어 인문학 전반에 영향을 미친 ‘한국의 석학’이다.

300쪽이 안 되는 에세이집이지만 빽빽한 밀집도와 오래 숙성된 자기성찰로 인해 두꺼운 인문학 책을 잡은 듯한 기분이 앞선다.

왜 ‘과학과 문학’인가. 첫 편인 ‘과학 공부와 문학 공부’에는 복잡한 수학의 공식과 그래프까지 들어있어 다소 질리게 한다. 그 설명은 머리말에 들어있다. “1980년 5월 18일 새벽에 군인들이 고려대 기숙사를 세 겹으로 에워쌌다.” 학생들이 시위할 계획을 의논하며 흩어지려 하지 않았고, 곧 군인들이 닥칠 상황에서 김 교수는 기숙사의 전원을 껐다. 불이 켜져 있던 다른 대학 기숙사들과 달리 고려대 기숙사는 큰 피해 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김 교수는 “혼자서 군인들과 상대하며 지새운 그 막막한 밤” 이후로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문학적 사고에 대해 반성하며 통계학 책을 찾아 읽었다고 한다. “객관성과 엄밀성을 놓치면 문학 비평은 지적 사기가 된다. 이 책은 문학도가 통계학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자기반성의 기록”이라고 그는 말한다. 문학은 말을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고, 과학은 수학을 표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는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경계가 있다. 하지만 “삶을 새롭게 바라보려면 과학을 통하여 실험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수학적 원리에 환원되는가에 대해 고심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학은 문학대로, 과학은 과학대로 무 잘리듯 갈라져서는 학문이 될 수 없다. 학문은 자연과 인간의 통합적 이해를 향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부제가 ‘한국 대학 복구론’인 것도 이와 연관된다. “창조적 연구는 오래된 질문에 새롭게 대답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새롭게 제기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 교육 일반의 병폐는 바탕 관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문제 풀이 중심으로 수행되는 데 있다. “가르치는 것은 최소한의 바탕 관념으로 한정하고 모든 작업을 학습자 자신이 스스로 하게 하는 과학과 예술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김 교수는 학습이 질문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우리 대학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말하고 있다. ‘예술작품 같은 책’을 고집하는 출판사는 책 표지에 일일이 헝겊 도형을 수작업으로 붙여 책마다 그 모양이 다르다. 288쪽, 2만1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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