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 매튜 코델 지음 / 비룡소

원제는 ‘눈 속의 늑대’다. 주인공 빨간 모자 소녀는 강아지와 인사를 나눈 뒤 등교한다. 엄마와 아빠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이 장면을 지켜본 독자는 살짝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곧 거센 함박눈이 될 거라는 사실은 미처 예견하지 못한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소녀가 눈보라 속에서 새끼 늑대와 마주친다. 나에게도 새끼 늑대를 구조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 작은 늑대가 무리에서 뒤처져 홀로 추위에 떨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옛이야기에서 늑대는 언제나 사람의 적이었다. 민담 속의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잡아먹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등을 돌리는 것이 맞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선뜻 두 손을 내밀고 새끼 늑대의 임시 보호자가 된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돌본다. 마스크로 가린 소녀의 표정에는 아마도 두려움과 책임감이 엇갈릴 것이다. 늑대들은 울부짖으며 새끼 늑대를 찾아 헤매고 소녀는 겨울 숲 너구리와 부엉이의 위협을 가로질러 마침내 늑대 무리와 만난다. 이글거리는 눈빛의 어미 늑대에게 새끼 늑대를 건네주는 장면은 독자를 긴장시키는 가파른 대목이다.

반전은 여기부터다. 새끼 늑대의 무사 귀환을 확인한 빨간 모자 소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길을 잃고 주저앉아 버린다. 남은 힘은 없다. 이때 조심스레 지켜보던 늑대 무리가 달려와 소녀를 성심껏 돌본다.

새끼 늑대는 소녀를 핥아가며 깨우고 늑대들은 온 힘을 다해 소녀를 데려가라고 울부짖는다. 이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엄마 아빠가 소녀를 무사히 구한다.

이 그림책은 우리가 읽어 온 옛이야기들이 결코 세계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빨간 모자를 피해자로만 그리던 옛 서사는 용감한 변형을 감행하고 늑대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정한 동료로 등장한다. 작품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늑대와 동물들이다.

소녀가 구한 늑대가 소녀를 구한다는 돌고 도는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결국 같은 생명체라는 주제로 수렴된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그림책의 겉표지를 벗겨내고 숨겨진 또 하나의 표지를 꼭 챙겨보길 바란다.

두 가족의 모습을 담은 몇 장의 스냅 사진을 살펴보면 뭉클하게 밀려오는 감정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다. 2018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이다. 56쪽, 1만2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