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 스푼 /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용재 옮김 / 세미콜론
돼지사과통구이·시금치뇨끼
伊 레스토랑메뉴·가정식 모음
재료 양·조리시간 정확히 나와
따라만하면 어려운음식 ‘뚝딱’
만화·어린이 버전도 파생 출간
이럴 때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 쉽게 소개해놓은 믿을 만한 ‘레시피 북’이 필요하다. 9만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과 3.2kg의 부담스러운 무게에도 출간 후 1년간 3000부 넘게 팔린 이 책은 고든 램지, 제나로 콘탈로, 마리오 바탈리 등 거장 셰프들이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로 극찬해 일단 믿을 만하다. 또 재료의 양과 조리시간 등이 정확하게 나와 있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원하는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와 친해졌다. 처음에는 조리 용어가 이해가 안 돼 어려웠지만 여러 음식을 만들다 보니 차츰 익숙해졌다. 지난 4월 출간된 ‘탁탁탁 지글지글 짠!-만화 실버 스푼’과 ‘아이와 함께하는 실버 스푼’에는 조리 과정이 그림으로 상세히 소개돼 있어 더욱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만든 음식은 ‘돼지고기 사과 통구이’(ARROSTO CON LE MELE). 책에는 돼지 등심으로 만들라고 쓰여 있지만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 돼지 등심은 지방이 거의 없고, 뻑뻑해 돈가스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목살로 대체. 책에 나온 대로 1kg의 고기를 조리용 실로 묶어 소금·후추로 가볍게 간 한 후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노릇해지게 구웠다. 구운 고기를 오븐 용기에 올리고, 사과로 에워싼 후 채소육수와 레드와인에 정향 등을 넣어 끓인 물을 부어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었다. 처음 20분 구운 뒤 온도를 180도로 낮춰 국물을 끼얹으며 45분 더 구우니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완성됐다. 메인 요리를 만든 후 ‘첫 코스’ 항목에 나온 ‘감자와 시금치 뇨끼’와 ‘디저트와 제과제빵’을 뒤져 ‘초코 수플레’까지 곁들이니 멋진 식탁이 꾸며졌다. 대부분의 레시피가 사진 없이 글로만 설명돼 있는 불친절한 편집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비주얼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조리 과정과 맛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가정과 식당에서 모은 2000여 가지 음식 레시피가 담겨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을 매주 한 가지씩 모두 만들려면 38년이 걸리니 무모한 도전은 포기해야 한다.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채소’ ‘생선, 갑각류, 조개류’ ‘고기와 부속’ 등 메인 요리 부분에서 한 가지 음식을 선택한 후 ‘소스, 재움 양념, 맛 버터’에서 그 음식에 맞는 소스와 재움 양념을 고르면 된다. 또 ‘안티파스토, 전채, 피자’와 ‘디저트와 제과제빵’ 항목에서 입맛을 돋우는 음식과 마무리 음식을 정해 균형을 맞춰주면 훌륭한 코스가 완성된다.
아울러 시간 날 때 이탈리아 음식의 전통과 각 재료의 특징 등을 읽으며 요리하는 자세를 가다듬다가 두툼한 책을 베고 잠이 드는 것도 좋다.
‘만화 실버 스푼’에는 이 책의 요리 중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50가지가 그림으로 상세하게 소개된 레시피가 담겨 있다. 재료를 써는 모양과 손동작 등을 만화로 보면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실버 스푼’은 집에 아이가 없더라도 요리 초보자용으로 좋다. ‘바질 잎은 손으로 찢어서 피자 위에 솔솔 뿌려요’ ‘다리 세우기 칼질법으로 토마토를 반으로 가른 뒤 고양이 앞발 칼질법으로 얇게 썰어요’ 등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자상한 설명이 편안하게 요리의 길로 안내한다.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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