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제일메디칼 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밸리 코오롱싸이언스밸리 내 집무실에서 5언더파(왼쪽)와 2언더파를 기록해 받은 기념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일 ㈜제일메디칼 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밸리 코오롱싸이언스밸리 내 집무실에서 5언더파(왼쪽)와 2언더파를 기록해 받은 기념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일 ㈜제일메디칼 코퍼레이션 회장

10여 년 발목에 2㎏ 모래주머니
몸상태 좋은 날엔 250m 날려
220㎞ 걸어 안데스 산맥 넘어
연례행사인 트레킹도 장타 도움
올 추석 연휴엔 안나푸르나로!

영업 뛰며 ‘접대골프 14년’에
독학으로 배웠지만 공인 핸디 7
베스트 5언더… 홀인원 3차례나


초정밀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박재일(62) ㈜제일메디칼 코퍼레이션 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경영 성과 중 ‘문화 마케팅’ 도입을 첫손에 꼽았다.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밸리 코오롱싸이언스밸리(2차) 내 사옥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이 안내한 20평 남짓한 집무실 내부는 소나무로 마감해 한옥을 연상케 했다. 집무실에는 박 회장이 그동안 수집해 온 국보급 불상 수백 점을 비롯해 도자기, 어보 등 각종 고미술품으로 가득했다. 박 회장은 흥이 나 2층으로 안내했다. 그곳 역시 100평 규모의 복층 내부에 수천 점의 고미술품과 골동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어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5t 트럭 25대 분량의 소나무를 들여 목공 명장에게 인테리어를 맡겼을 정도다. 박 회장이 이처럼 고미술품에 심취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박 회장은 의료기기를 만들지만 전통문화를 마케팅에 접목한 것.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보여주기 전에 우리 전통미술품의 우수성을 확인시켜 주기 위함이다. 박 회장은 “이런 노력은 실제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골프와 등산 기량이 수준급이다. 공인핸디캡 7을 유지하는 박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5언더파 67타. 2009년 경기 안산의 제일골프장 ‘화이트 티’에서 작성했다. 지난해 같은 골프장 ‘백 티’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홀인원은 3차례나 기록했다. 제일CC에서 두 번, 경기 용인의 신원CC에서 한 번이다. 2001년 7월 제일CC 남코스 7번 홀(파3) 백 티에서 197야드 거리에서 3번 아이언으로 기록했다. 신원CC 홀인원은 2007년 10월 솔로몬코스 3번 홀(파3) 179야드에서 앞바람에 4번 아이언으로 작성했다. 세다가 포기한 이글은 지금까지 40회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구로디지털단지 기업인 연합회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다. 첫 홀에서 OB를 내고도 76타를 쳤다. 몇 년 전부터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 챔피언에 도전하고 있다.

박 회장은 1988년 한 의료기 제조사 근무 시절 골프를 배웠다. 당시 대학병원 간부급 의사를 만나는 영업을 담당하면서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비번인 의사들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처음엔 종합병원 과장급과 어울리려는 생각에 연습장도 다니고 프로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획일화된 레슨’에 한 달 만에 포기하고 독학으로 익혔다. 영업직이었지만 위궤양이 심해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이런 그를 눈여겨보던 S대 병원 과장은 그를 대신해 의료기 영업을 할 만큼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이렇게 14년 동안 접대 골프를 이어가면서 ‘명랑골프’가 몸에 뱄다. 독학 골프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언더파까지 칠 수 있는 비결은 머리를 써가며 샷의 효율성을 연구해 온 덕분. 쇼트 게임에 중점을 두며 필드에서 감각을 최대한 살렸고, 여기에 하체 운동을 통해 체력도 키웠다.

박 회장은 “골프 스윙은 80%가 하체의 힘이며 스코어의 80%는 머리싸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드라이버로 220∼230m를 보내고 컨디션 좋은 날에는 250m까지 보내는 장타력을 과시한다. 박 회장의 장타 비결은 하체 단련. 10여 년 동안 2㎏짜리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차고 다닌 덕분이다. 50대에 접어들자 라운드 후반이면 어김없이 허리통증이 찾아왔다. 지인의 추천으로 모래주머니를 차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자연스러워졌고, 통증도 신기하게 사라졌다. 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일부러 계단을 오르내렸고, 골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회장은 “처음엔 힘들었지만 충분히 보상받을 만하다”며 “지인들에게 선물한 모래주머니만 3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도구 없이 몸을 흔드는 동작만으로 건강을 찾는다는 ‘몸 살림 운동’에 심취하면서 모래주머니를 뺐다. 연례행사로 트레킹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5500m 부근까지 서너 차례 등반했고, 남미로 한 달 일정을 잡고 안데스산맥을 걸어서 넘은 적도 있다. 10일 동안 220㎞의 강행군을 했던 것. 박 회장은 올해 추석 연휴에는 아내와 함께 안나푸르나에 다시 갈 계획도 세워놓았다.

박 회장은 2000년 7월 500만 원으로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뇌수술, 얼굴 기형 또는 치과 교정 등에 필요한 골접합용 스크루나 교정 나사, 수술용 1회 용 드라이버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 및 생산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세계 8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1200만 달러 수출과 의료 정밀기술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미국시장에서 성과를 내면 10년 안에 1억 달러 수출도 낙관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250억 원.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 개당 500원짜리 원료로 만든 스크루 하나가 3만 원에 팔릴 정도다. 실제 티타늄으로 만든 수술용 교정 나사는 같은 무게라 해도 금값과 맞먹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정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제품도 2개나 된다. 뇌수술이나 얼굴 기형 교정에 필요한 의료 제품에서 벗어나 손, 발 등 기형, 골절 수술에 들어가는 의료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박 회장은 “골프와 등산은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등산은 고도의 체력을 요하고 극한에 오르는 묘미가 있다. 골프는 체력적인 단련보다는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며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고, 때론 생각과 전략에 따라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전에 출근해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라운드를 나가는 편이다. 5년 전 위궤양을 녹즙으로 완치했다는 그는 뒤늦게 배운 술로 인해 요즘 라운드 중 그늘집에 꼭 들러 술잔을 기울이는 버릇이 생겼다. 간혹 마음 맞는 동반자를 만나면 후반 라운드를 포기할 때도 있다. 골프는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써야 하는 배려의 운동이기에 강권하지는 않는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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